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세계는 폭풍전야인데 정신 못차린 국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4 18:39

수정 2024.08.14 19:17

이란 보복 임박, 러시아서도 확전
최악 가정하고 경제팀 철저 대응을
지난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사망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왼쪽)와 마수드 페케시키안 이란 대통령 사진이 걸린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사망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왼쪽)와 마수드 페케시키안 이란 대통령 사진이 걸린 모습.사진=뉴시스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진 두 전쟁이 동시에 확전으로 치달으며 세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을 천명해온 이란이 곧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잇달아 나오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이 요동쳤다.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우크라이나는 87개 마을을 점령했고, 공격을 받은 러시아 국경지대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세계 정세가 하루하루 급박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기민한 대응이 시급하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말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 백악관 소식통과 외신은 연일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전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13일(현지시간) "앞으로 며칠 또는 심지어 몇 시간 안에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군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가운데 15일 예정된 가자지구 휴전협상도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를 맡아 국제사회가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가 전격 불참을 결정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확전 기로에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동북부 국경을 넘어 이미 러시아 본토로 들어갔다. 13일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하루 동안 3㎞를 진격해 러시아 영토 40㎢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최소 800㎢(서울 면적의 1.32배)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공정한 평화'에 동의하면 본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했으나 러시아는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반격이 이어질 경우 원자재 시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우크라이나 공습 소식에 유럽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20% 가까이 치솟았다. 국제유가와 금값은 중동전 발발 우려까지 겹쳐 급등세를 보였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현실화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최악의 경우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유가가 급등하면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입물가가 치솟아 식료품, 공산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수출도 발목이 잡힌다. 바닷길이 막혀 물류대란이 빚어지고 해운운임은 급등할 수 있다. 제2 중동 붐을 노린 기업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은 비상사태나 마찬가지다. 경제팀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대외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급박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쟁에 빠진 정치권은 한심하기만 하다. 야당의 입법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반복되고 있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에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사 탄핵 청문회가 열렸다. 막말, 고성, 삿대질이 난무하는 구태와 파행이 그칠 줄 모른다.
국민은 기가 찬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