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에 이어>
시집 '내 눈 속에 사는 사람'을 내고 시인이 된 배우 김정태는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영화감독이다. 감독 데뷔작은 '가족여행'(가제)이라는 제목의 장편 영화. 김정태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어떻게 연출을 할 생각을 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중국집에서도 주방 갔다가 홀 갔다가 하지 않느냐, 자연스러운 일"이란 유머러스한 답을 내놨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죠. 배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연출가예요. 매일 함께 대화하고 시퀀스를 만들고 신을 만들잖아요. 그래서 기존 연출가들의 실력만큼은 아니겠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면 사실은 모두가 연출가죠. 디렉터 오브 카메라, 디렉터 오브 라이팅이라고 하잖아요. 지금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라 저 혼자만의 연출이 아니라 생각해요. 공동의 연출이죠."
'가족여행'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정태는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이 평이한 이야기를 색다르게 보일 수 있게 만들 아이디어들을 많이 떠올렸다. 평소 연기자로 현장에 있을 때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특기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내년 5월 개봉을 목표로 잡고 프리프로덕션 중에 있으며 김정태가 연출과 주연을 맡는다. 서영희, 이휘향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김정태는 무척 바쁘게 지내고 있다. 드라마 '스폰서'(2022)부터 '징크스의 여인'(2022) '딜리버리맨'(2023) '완벽한 결혼의 정석'(2023) '소년시대'(2023) 등에 출연했고, 올해는 '목스박'과 '풍기'까지 주연한 두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났거나 만난다. 바쁘게 일하며 활력을 되찾았지만, 한때는 연기자 생활을 그만둘지 고민도 했다. 2018년 간암 투병쯤에 어려운 시간이 찾아왔었다.
"사실은 아프고 나서 연기를 드디어 그만둬야 하나, 그만해야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찾는 사람도 없고, 나에 대한 이상한 오해들도 너무 많고요. 그걸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저는 성격이 강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몸도 안 좋고 하니 무너지더라고요. 괴로움이 많았었죠."
어려운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새로운 일이었다. 다시 기회가 찾아왔고 그것을 잡았다. "(일로 인한) 금융 치료가 된 것 아니냐?"고 물으니, 김정태는 웃으며 "정말 (출연료가) 명의더라"고 농담했다.
"사실 저는 연기 하면서 연기에 대한 행복함과 즐거움을 모르고 했었어요. 잘하는 것과 행복감을 느끼는 건 달라요. 저는 가족을 건사해야 했기 때문에 영화인이 아닌 생활인으로 연기를 했고, 그래서 순간순간의 즐거움은 있어도 별로 행복하지는 않았고 연기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투병 후) 다시 기회가 찾아왔을 때부터 감사하게 됐어요. 연기가 내 천직인데, 누구는 못 해서 안달인데, 어떻게 시작한 연기인데 그런 마음 먹으면 안 되지, 하면서 제 마음을 붙잡았죠."
투병 이후에 달라진 것이 많았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목표를 이루기보다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다.
"저는 벽에 올해 할 일, 이루고 싶은 것, 이번 달에 해야 할 것들을 적어두고는 했어요. 그렇게 안 하면 인생이 힘들더라고요. 뭔가 해내자. 자기 계발도 많이 하려고 했었고요. 그런데 이게 과했나 봐요. 과정에서 오는 작은 행복을 깨닫지 못했구나, 투병 생활하면서 느꼈죠. 어느 유튜브 콘텐츠를 들으면서 등산 중에 띵, 하고 생각이 들어오는데, 머리에 건전지가 없었다가 들어온 느낌이 들었죠. 뭔가 잘못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벽에 목표가 아닌 무엇을 붙여 놓았을까. 김정태는 "애들 그림을 붙여 놓는다. 제 얄팍한 목표 따위는 붙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 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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