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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너무 인색한 여당, 너무 무모한 거대야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5 18:05

수정 2024.08.15 18:46

김동원 前 고려대 초빙교수
김동원 前 고려대 초빙교수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폭염으로 인해 어려움이 극심한 취약계층 130만가구에 전기요금 1만5000원을 추가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195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이지만 기존에 책정된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자는 것이므로 추가 예산 부담이 없다. 한 대표는 "국민의 고통에 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원칙을 지키면서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민생"이라며 "국민의 힘은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좋다. 그런데 너무 인색하다.
2년째 내수의 장기침체로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이 비단 폭염과 전기료 부담뿐이겠는가.

한편 거대야당은 8월 1일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전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사용 가능한 25만원 혹은 3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자는 내용으로 국회 예산처 추계로는 최소 12조8000억원에서 최대 17조9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여 2020년 12조1893억원, 2021년에 8조60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0.7%로 1998년 -5.1% 성장률을 기록했던 외환위기 이래 처음으로 감속성장을 했던 만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타당했다. 오히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한 내수위축의 상처는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년 상반기 내수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 사실이며, 특히 일부 민생 서비스업종은 5년 전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금년의 내수침체가 긴급재난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해당하느냐의 여부다. 긴급복지지원법은 정부 지원을 의무화하는 긴급재난지원 상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적시되어 있지 않으나, 최소한 통상적 경기변동의 흐름을 벗어나 국민 다수가 생계곤란 등 위기상황에 처한 경우로 이해된다. 하지만 전년동기 대비 내수성장률이 1·4분기 -1.0%, 2·4분기 -0.1%인 상황을 긴급재난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재원조달 방법에 따라 그 경제적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그 재원을 장기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상환부담을 차세대에 떠넘기는 문제가 발생하며,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 소위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과 같다. 실제 아르헨티나·페루·베네수엘라·브라질 등이 화폐발행으로 재정지출을 충당하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 인플레이션·평가절하·실질임금 추락 등 경제적 재앙을 겪은 바 있다. 이런 정책의 이론적 근거는 2010년대에 등장한 소위 '신화폐수량설'(Modern Monetary Theory)로 미국 2016년과 2020년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진보주의 정치인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를 얻어 한때 부각된 바 있으나 현재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거대야당은 국정의 최대 당면 현안인 연금개혁과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구조개혁 등 고통을 수반하고 국민 간의 이해가 상충하지만 해결이 절박한 시대 현안들은 외면하고 국민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정책들만 경쟁하고 있다.


여당이 제 역할을 하자면 부자감세 정책의 낙수효과 허구에 빠져 있는 정부를 다그쳐서 양극화 대책을 경제정책의 중심으로 세워 진정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편 거대야당은 현재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전 국민 상품권 뿌리기 정책을 버리고, 일시적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타당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여 진보적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성장정책으로 헛발질만 거듭하고, 소수가 된 여당은 너무 소극적이고, 국회를 장악한 거대야당은 너무 무모한 정책들로 위세를 과시하는 데 급급하니 국민들에게는 하늘이 무심해 보일 뿐이다.

김동원 前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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