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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퍼진 '마약류 체험' 영상, 괜찮을까[김동규의 마약 스톱!]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8 14:52

수정 2024.08.18 14:52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등 인터넷에 마약류를 투약한 이후의 신체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영상 등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같은 '마약류 간접 체험 영상'은 특히 1020세대에게 마약류의 호기심을 자극해 마약류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기자가 유튜브에 '마약 체험'을 검색한 결과 5건 이상의 마약류 간접 체험 영상이 게시돼 있었다. 이들 동영상은 시청자에게 화면을 직시하게 할 것을 요구한 다음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LSD)를 투약했을 때 보이는 시야를 간접 체험하게 해주면서 LSD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른 영상에선 1인칭 시점에서 시야가 알록달록하게 보이는 영상, 빠르게 돌아가는 이미지가 반복되는 영상 등이 재생된다.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최근 검거된 '대학생 마약 동아리 사건'에서 동아리 구성원은 투약에 앞서 마약류 간접 체험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류를 투약할 사람들끼리 모여 일종의 예행연습을 한 것이다.

마약류 간접 체험 영상은 그 자체로 마약류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약류 간접 체험 영상이 1020세대에게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1020세대 마약류 사범의 증가폭은 다른 연령대 마약류 사범의 증가폭을 상회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전연령층 마약류 사범은 2019년 1만6044명에서 지난해 2만7611명으로 5년 사이 14.5%가 증가한 데 반해 1020세대 마약류 사범은 2019년 3760명에서 지난해 9845명으로 같은 기간 27.2%가 증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유튜브와 X(옛 트위터), 인터넷 게시판 등 온라인상 마약류 매매 및 알선 등 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 조치는 2019년 7551건, 2020년 8130건 2021년 1만7020건, 2022년 2만6013건, 지난해 3만503건으로 매년 늘었으며 5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이향이 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 지부장은 "이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마약류의 위험성을 알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을 보더라도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며 "정제된 교육 영상에서도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데, 유튜브 등에 올라온 정제되지 않는 영상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마약류를 소재로 하는 영상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튜브 등 주요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서버가 대부분 해외에 있어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마약류 관련 영상을 주기적으로 국내에 본사를 둔 플랫폼에 게시된 영상은 삭제하고 있다"면서도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에 국내법을 직접적으로 강제할 수 없으므로 국내 인터넷망 사업자를 통해 접속을 차단하거나 불법 영상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 플랫폼 본사에 협조 차원에서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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