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인구 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낙제 수준의 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에서 파격적인 출산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대표 기업들의 저출산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응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내 인구분야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보여주는 지표인 'EPG 경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EPG 경영은 기존 ESG에서 사회 지표인 S(Social)를 인구위기 대응 지표인 P(Population)로 바꾼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기업 중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300개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5점에 그쳤다. 최고점은 85.3점, 최저점은 16.2점을 기록했다.
17개 지표에 대한 기초평가에서 '삼성전기'가 최고점인 85.3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롯데정밀화학이 83.8점, 신한카드·KB국민카드·KT&G 등이 80.9점을 받았다. 국민은행·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제주은행·효성첨단소재 등은 79.4점으로 10위권에 올랐다.
'베스트 50 기업'은 평균 71.5점을, '워스트 50 기업'은 평균 36.7점을 받았다. 이같은 차이는 임산부 근로 보호 제도,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여부 등에 따라 점수 차이가 두드러졌다.
300개 기업은 임직원 육아 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등 법적 의무 사항에 대해선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는 극히 일부 기업들만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연은 "배우자 출산 휴가도 법적 의무만 충족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주 양육자 역할을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근로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출산·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직원들이 경력을 유지하며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직자 온보딩 지원제도'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연은 인구위기 대응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기업에 정부의 파격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위기 대응 점수가 높은 기업이 늘어날수록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고 저출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인구위기 대응 점수가 80점 이상인 기업을 100개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