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2금융

20%→15%로 낮추려는 정치권… 저축銀마저 역마진 내몰린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8 18:43

수정 2024.08.18 21:10

업계 "연체 따지면 20%는 원가"
등록업체 줄고 실적도 쪼그라들어
야권은 '최고이자율 15%' 추진
2금융권 "현실 모르는 법" 우려
전문가 '시장금리와 연동' 조언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을 늘려야"
20%→15%로 낮추려는 정치권… 저축銀마저 역마진 내몰린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법정 최고금리가 20%까지 인하되면서 신용등급 최하위인 금융취약계층이 법의 테두리 보호를 벗어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조사한 '불법 사금융 시장 이용실태'를 본지가 최초로 입수한 결과 5년간 불법 사채를 이용한 규모가 3조6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피해가 오히려 급증하면서 정치권은 최고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무효화하고, 최고이자율 상한을 15%까지 낮추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대부업체 폐업을 부추기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금융취약계층의 지급보증을 제공, 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정최고금리 15%로 인하?

1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15%까지 낮추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또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경우 그 이자에 대한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고 임의로 지급하면 이를 반환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사금융의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 수준은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 11.3∼15% 정도"라며 추가 인하를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미등록 대부업자 등 일반인은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5%, 등록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 따라 연 27.9%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다. 해당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에 의해 최고금리를 정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지난 2018년 2월에 연 24%로, 2021년 7월에 연 20%로 낮췄다. 이번 개정안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연 15%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업계뿐만 아니라 2금융권도 '현실을 모르는 법'이라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의 평균금리가 신용등급별로 약 11~17%에 형성돼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300~400점대 신용대출 금리는 18.59%에 제공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15%로 인하되면 저축은행도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2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계에서는 조달금리 8~9%와 10명 빌려가면 3~4명은 갚지 않는 높은 연체율에 따른 대손비용, 판매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20%가 원가 수준"이라면서 "정치권이 바라보는 서민과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실제 서민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부업계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어 폐업 수순을 밟거나 신용대출을 대폭 줄였다. 등록대부업체 숫자는 지난 2022년 6월 8775개에서 지난해 말 8597개로 줄었고, 대부업 신용대출 실적은 지난 2018년 12조7334억원에서 지난 2023년 4조6970억원으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요즘 '개점휴업' 상태로 그나마 담보대출을 하지 신용대출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장금리 연동…정책금융 확대를"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법정 최고금리=대출금리'가 아닌 만큼 금융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두고 오히려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는 대출금리 개념이 아니라서 시장금리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정치권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제2금융권이 금리를 낮춰서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금조달 비용이 기존 15% 이상인데 20% 밑으로 낮추면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출 게 아니라 24%로 되돌리고, 정부에서 정책금융으로 서민을 위한 '지급보증'을 해줘서 위험차주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조달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을 경우 취약가구는 차환이 제약될 수 있어 취약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취약계층의 금융시장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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