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설계자, 19일 세종서 북 콘서트
감세정책, 글로벌위기 대응책 등 경험 쏟아내
감세정책, 글로벌위기 대응책 등 경험 쏟아내
[파이낸셜뉴스] 한 때 '킹만수'라고까지 불리면서 'MB노믹스(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를 설계·총괄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25만원을 나눠주는 것보다 25만원을 감세하는 게 더 낫다"로 시작된 멘트는 미국발 경기침체론 대응방법까지 쉼 없었다.
19일 정부세종청사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강 전 장관의 한국경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여전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최근 펴 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라는 저서의 북 콘서트를 위해 세종을 찾았다. 수십 명의 기재부 과장들이 콘서트 장을 찾았다.
강 전 장관의 모두발언은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한계에서 출발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되면 안되고, 작지만 영리한 돌고래가 돼야 한다"는 언급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1970년 공직 생활을 시작했지만 두번의 큰 위기를 현장에서 겪은 공직자로서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고언이었다.
강 전 장관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차관으로 맞닥뜨렸고, 2008년 기재부 장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응했다.
강 전 장관은 영리한 돌고래는 기본적으로 환율 주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고환율 정책'을 강조하면서 물가급등을 야기해 비판을 받았지만 한국경제는 태생적으로 환율 주권을 놓칠 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미국은 재정에 적자가 나면 달러를 찍어내면 되는 국가이고 대내 균형을 위해 물가, 고용에 집중하면 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러를 찍어내는 국가와) 1달러를 벌기 위해 수출을 해야하는 국가는 정책이 같을 수 없다"며 "수출을 중심에 두고, 환율 주권론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민생지원금 25만원 지급에 대해 "전국민 지원보다 25만원 감세가 더 낫다"고 했다.
재정 지출은 재정 건전성보다 지출의 적합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해 유가 보조금 24만원을 지급했지만,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2000만원 이하 자영업자들에 한정했다. 부자에게 25만원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들의 내놓은 논문도 소개했다. 강 전 장관은 하버드대 교수들이 197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정책 91가지를 비교한 결과 감세 정책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 증가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고도 했다. 1달러 감세는 국내총생산(GDP)를 3달러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경기침체론에 대한 대응방법도 언급했다. 강 전 장관은 이에대해 "(경제학) 원론을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경제 펀더멘탈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외균형을 중시하는 강 전 장관의 지론에 이를 대입하면 재정을 튼튼히 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며,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아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강 전장관은 환율주권론자 답게 환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 콘서트를 마쳤다. 강 전장관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은 실제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며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이를 (원화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면 위기가 온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전 장관은 1970년 공직을 시작해 국세청, 재무무, 관세청, 통상산업부, 주미대사관 등을 두루 거쳤다.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기존에 출간했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두 권을 한 데 묶어 정리한 책이다. 재정, 금융, 국제금융,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의 반성, 일류국가의 정치경제학 등 7부로 구성돼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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