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영끌→연체→경매엔딩'…"아파트 한 채 다들 있잖아" [쓸만한 이슈]

김주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6 06:00

수정 2024.08.26 06:00

서울 아파트값 폭등에…'영끌이 돌아왔다'?
시중은행 주담대 연체액 6년 만에 최대치
"'부모찬스' 자산이전 문제 먼저 고민해야"
넘쳐나는 뉴스, 딱 '쓸만한 이슈'만 씁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다양한 이슈를 새로운 시선에서 뾰족하게, 삐딱하게 탐구합니다. <편집자 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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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서울을 떠돌고 있다. '영끌'이라는 유령이.

네, 서울 아파트값과 거래량이 치솟으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지난 7월 말부터 8월 14일까지 총 3조2407억원 증가했고요. 지난 8월 14일 기준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2조9908억원으로 56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주목해야 할만한 부분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기준 주담대 연체액 규모가 1조800억원 가량인 점인데요. 이는 2021년 상반기 5793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이 금융 건전성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지요.

부동산 상승 기대감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영끌족. 이들은 누구길래 굳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나라 경제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괴담'

영끌족들에 대해 알아보려면 일단 영끌이 무엇인지,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지난 5월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한 학술지를 들여다볼까요.

'2030세대 영끌에 대한 실증분석'에 참여한 연구진은 '영끌 매수자'의 기준을 주택 구입 시 연소득 대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 이상'인 경우로 잡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2020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서울 소재 3억원 이상 본인 입주용 주택을 구입한 자금조달계획서 원자료(13만2511건, 제2금융권 대출 포함)를 분석한 결과, DSR '40% 이상'인 영끌 규모는 2030세대 매수자 전체(4만6473명)의 3.8%(1778명)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고요.

이에 비해 같은 기간 2030세대 주택 구입자 가운데서 빚이 없거나, 가족의 도움으로 1억50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례는 영끌족 대비 각각 2.8배, 5.1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입금이 없는 비율(10.9%·5052명)과 원가족으로부터 1억5000만원 이상 지원받은 매수자 비율(19.7%·9143명)이 청년 영끌족(전체 3.8%)보다 3~6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지요.

맞습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2030세대 영끌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영끌보다는 '부모 찬스'로 인해 발생하는 '부의 대물림'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실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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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이 일부 '괴담화' 된 측면이 있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부모 찬스 없이 자력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이 가련한 '진짜 영끌족'은 누구일까요.

단순하게 생각해봅시다. 사회초년생이던 20대를 지나 이제서야 부모의 도움 없이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대가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이들이 아파트를 구입하는 종잣돈은 대부분이 은행 돈, 즉 대출이지요.

사실 2019년 하반기부터 광풍처럼 몰아쳤던 영끌의 등장에는 시대적 현상과 그림자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른바 MZ라고 불리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세대는 1990년대 성장기를 아파트에서 보낸 '아파트 키즈'이자 높은 대학진학률과 맞벌이 일반화, 자녀 수 감소로 주택 구매력이 높아진 세대인데요.

이 와중에 당시 영끌을 부추긴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패닉 바잉(panic buying)' 열풍이 불었고,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오르면서 청년들은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다시 집값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리로 이어졌지요. 아울러 '내 집 마련'에 대한 판타지가 사회 전반에 조성되면서, 일치감찌 '부자의 꿈'을 포기한 세대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걸 알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사는 데 '올인'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퇴마'

영혼까지 바쳐가며 구입한 주택은 '내 집'이 되긴 했을까요? 최근에는 집을 사려고 빌린 대출금을 못 갚아서 임의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1만3631건(8월 3일 기준)으로 집계됐는데요. 한 달 전인 6월(1만983건)에 비해 24.1%, 1년 전(9328건)에 비해 46.1% 각각 늘어난 수치였습니다. 2013년 7월(1만4078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요.

문제는 이 와중에 또 다시 주택 매수세에 불이 붙으며 주담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은행 주담대 잔액은 26조5000억원가량 급증하며,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는데요. 대출금리가 줄어들며 주택거래가 늘어난 데다, 정책대출 공급이 지속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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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시기의 주택가격은 높습니다. 왜냐하면 '가격'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기 때문이지요. 베이비부머가 주택을 매입할 당시에도 주택가격은 높았고 주택 매수자들은 당연히 대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 아파트 값의 극성스러운 상승과 함께 집계된 여러가지 숫자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우려가 되네요. 영끌이 더 이상 괴담 수준으로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보이기도 하고요.

함께 살펴보았듯, 본질적으로는 영끌을 걱정하기 보다 부모 찬스로 인해 발생할 자산이전과 이것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가족의 도움이 없어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젊은 층이 훨씬 더 많고, 이 같은 세대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헤매면서 미칠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영끌을 의식한 각종 정부 정책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우선적으로 영끌이라는 과장된 담론에서 벗어나 세대간 부의 이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 아닐까요?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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