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공백에…간호사 10명 중 6명, 전공의 업무 강요받는다"

김주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0 14:44

수정 2024.08.20 14:44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오른쪽)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8.20 /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오른쪽)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8.20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이 6개월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임상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의 강요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지만, 교육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병원 경영 어려움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으나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신규 간호사는 약 7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 업무 강요받지만 법적 보호조차 없어"

대한간호협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간호협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39%(151개)에 불과했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3502명이었다.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면서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현장 간호사들은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련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며 "책임소재도 불명확한 데다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없어 수련의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를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병원 경영난으로 신규간호사 발령 무한정 대기"

신규간호사 발령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인력난도 가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토대로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간호사 평균 증가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5년 동안 평균적으로 1334명이 증가했으나, 올해는 194명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병원 역시 지난 5년 평균보다 근무 간호사 수가 204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병원급 이상 전체 간호사 증가 인원도 5년 평균의 65% 수준에 그쳤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 병원들은 신규간호사를 8390명 선발했으나 지난 13일 기준으로 발령을 하지 못한 신규간호사가 6376명(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의료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신규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진료지원(PA)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며, 의료 공백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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