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개전 이후 9번째로 중동 순방 나섰던 美 블링컨, 20일 귀국
블링컨 "휴전 협상 건설적 진전, 이스라엘 동의했으니 하마스도 그래야"
美 바이든도 "하마스가 협상에서 후퇴" 비난
하마스, 美 주장에 즉각 반발 "허위 주장...美가 이스라엘 새 조건 묵인"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에게 양보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
이란, 이스라엘 보복 앞두고 일단 관망 "대응 기간 길어질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8~20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개전 이후 9번째로 중동을 보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을 압박했으나 당사자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는 휴전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린 미국을 비난했으며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역시 협상이 잘 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마지막 기회"라던 美, 별다른 성과 없이 순방 종료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블링컨은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타결을 위해서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이 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은 휴전이 "앞으로 며칠 내에 이뤄져야 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네타냐후로부터 미국의 ‘가교 제안’ 수용하겠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며 “하마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20일 익명의 미국 관계자를 인용해 블링컨이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유연성”을 발휘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블링컨은 앞서 18일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현재 진행중인 협상이 11개월째 이어지는 가자지구 분쟁을 해결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했던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대표들은 16일 도하에서 새로운 휴전 협상을 마친 뒤 공동성명을 내고 “건설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735호에 부합하는 가교 제안을 만들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 제시했다고 알렸다. 앞서 미국의 바이든은 지난 5월 말에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6월에 해당 제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마스는 바이든의 휴전안을 토대로 7월 2일 새로운 휴전안을 제시했다.
하마스는 18일 성명에서 중재국들이 언급한 가교 제안이 이스라엘 입장으로 기울었기에 거부한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지대 통제권이었다. 하마스는 가교 제안에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지역인 필라델피 회랑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비난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집트 국경을 통해 무기를 밀수한다며 이스라엘군이 휴전 이후에도 필라델피 회랑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가자지구 중부 네자림 회랑에서도 철군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19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와 만난 블링컨은 “네타냐후가 가교 제안 수용을 확인했다”면서 “이제 하마스가 동일하게 해야 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바이든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하마스는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이스라엘 모두 휴전 협상에 회의적
하마스는 20일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마스는 바이든의 후퇴 주장에 “놀랐다”며 “그의 주장은 적대행위 종식을 바라는 움직임에서 실제 위치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바이든과 블링컨의 발언은 허위 주장"이라며 "최근 우리가 제시받은 내용은 7월 2일 바이든 구상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기반으로 당사자들이 도달한 안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테러리스트 네타냐후의 새 조건을 미국이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앞서 미국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 소속의 기자는 19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블링컨이 네타냐후의 필라델피 회랑 통제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적었다. 블링컨은 20일 해당 주장에 대해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장기 점령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부인했다. 블링컨은 최근 휴전회담에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일정과 장소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합의했으며, 이스라엘도 이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네타냐후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TOI에 따르면 그는 20일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에서 하마스 인질 및 전몰장병 가족을 대표하는 단체인 그루바·티크바 포럼 대표들과 만났다. 포럼 대표들은 회동 직후 성명에서 네타냐후가 19일 블링컨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필라델피·네자림 회랑에서 철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네타냐후는 포럼 대표들에게 “휴전 협상이 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발생한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 암살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을 선언했던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20일 발표에서 보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 알렸다. IRGC의 모하마드 나에이니 대변인은 국영 방송을 통해 "대응을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 이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지켜보며 공격을 연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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