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 시리즈물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슷한 듯 다르다. '마녀'에 이어 '마녀2' 그리고 시리즈물 디즈니+(플러스) '폭군'까지, 그늘진 누아르 스타일 톤앤매너에 강력한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마녀 유니버스'는 강력한 초인들과 이들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의 세력다툼을 다루며 계속해 이야기를 확장해 가고 있다.
지난 14일 디즈니+를 통해 4부 전편 공개된 '폭군'의 이야기는 자못 단순하다. '폭군 바이러스'라는 물질이 있다. 이 바이러스를 활용하면 '초인 군단'을 만들어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으나, 그렇기에 강대국들은 핵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들에서 이 물질에 대해 연구 개발하는 것을 제재한다. 한국 정부는 강대국인 미국의 눈을 피해 '폭군 프로그램'을 극비리에 추진해 왔으나 미국에 이를 들켜 버리고, 전부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폭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온 최국장(김선호 분)은 관련된 이들을 모두 은밀히 처단하며 국가적 극비사안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거기에는 청소부 역할을 자처한 전직 전설의 요원 임상(차승원 분)이 활용된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배달 사고로 인해 샘플 하나가 사라진다. 최국장과 대립관계에 있는 국정원 1차장(이기영 분)의 의뢰를 받은 연모용(무진성 분)이 킬러이자 금고 기술자인 채자경(조윤수 분)을 시켜 샘플을 훔쳐 오라고 한 것. 샘플이 사라지자 한국으로 파견된 미국 정보기관 소속 비밀요원 폴(김강우 분)과 최 국장, 국정원 1차장 조직이 각자의 이해 속에서 이를 확보하기 위해 달려든다.
'폭군'은 애초 영화로 기획·제작 됐으나 장르적인 재미와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담아내기 위해 4부작 시리즈로 디즈니+에서 공개됐다. 시리즈 공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캐릭터 창조 능력이 강점인 박훈정 감독표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와 어울려 재미를 만들어낸다.
독특한 비주얼과 존댓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청소부 차승원과 그에게 밀리지 않고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최 국장 김선호, 비열하고 자신만만한 외국인 빌런 김강우, 신인임에도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고 관객들을 끌고 가는 다중인격자 킬러 조윤수까지. 주요 배역을 맡은 모든 배우의 연기가 흥미로운 설정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했다. 특히 차승원과 김선호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개성 강한 차승원은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서사에 엣지를 부여하며,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김선호는 묘한 매력으로 몰입을 이끈다.
다만 '마녀'나 '마녀2'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과 연결성은 크지 않으면서도, 일견 이 전작들과 비슷한 미장셴과 톤앤매너,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새로워 보이지 않는 점은 이 작품이 가진 치명적 한계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일종의 자가복제만 계속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마녀 유니버스'의 유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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