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공모주가 상장 첫날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스팩주가 투자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내기주와 다르게 수익률을 잘 지키고 있는 데다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공모가와 이자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상장한 스팩주 12곳 중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한국제14호스팩으로 공모가 대비 6.25% 올랐다. 이어 미래에셋비전스팩5호와 DB금융스팩12호가 각각 5.00% 상승했다.SK증권제13호스팩, KB제29호스팩 등도 공모가 대비 2%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성적표를 보면 스팩주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새내기주 18곳 가운데 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4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78%가 공모가 아래에 있는 셈이다.
스팩은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기업을 인수할 경우 해당 합병회사의 이름으로 재상장하고, 상장 후 3년간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증권가에서는 하방이 뚫려 있는 공모주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팩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팩은 상장폐지되더라도 원금(공모가)과 3년치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다. '안전장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스팩 합병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스팩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스팩 합병은 수요예측 등의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아 흥행 실패에 따른 부담이 적고, 직상장에 비해 빠르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합병과정에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현재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받고 상장을 진행 중인 기업은 총 3곳이다.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까지 합치면 모두 12곳 달한다. 청구부터 승인까지 평균 4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연내 심사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할 때 스팩 투자의 장점이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며 “우량 비상장기업이 상장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는 스팩 합병과 직상장 두 가지의 옵션이 있는데 공모주 시장이 부진할 경우 빠르게 상장할 수 있는 스팩 합병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가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스팩주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스팩주 중에서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오른 곳은 합병 가능성이 낮다”며 “비상장기업 입장에서는 합병 비율에서 스팩의 가격이 고평가 된 기업과는 (지분가치가 줄어) 합병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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