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테무, 영업기밀 빼돌려"
테무는 작년 쉬인 상대로 고소
"공급업체 대표 협박하고 구금"
초저가 경쟁에 이전투구 극심
테무는 작년 쉬인 상대로 고소
"공급업체 대표 협박하고 구금"
초저가 경쟁에 이전투구 극심
■'무단 도용' 악명 높은 中 쉬인, 테무에게 같은 혐의로 고소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쉬인은 전날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테무를 상대로 80쪽 분량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쉬인은 테무가 쉬인 플랫폼에 올라온 제품들의 이미지를 무단 도용하는 동시에 디자인을 훔친 모조품을 팔아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쉬인은 고소장에서 테무의 직원 중 1명 이상이 쉬인의 인기 제품에 대한 거래 기밀과 내부 가격 정보를 훔쳐 판매자에게 제품을 똑같이 베끼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테무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쉬인 사이트로 위장한 광고를 걸어 해당 광고를 클릭한 소비자가 실제로 테무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을 도맡아 하는 의류 브랜드(패스트패션·SPA) 기업인 쉬인은 지난 2009년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시작됐다. 2021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지만 중국 광둥성의 의류 기업들에게 저렴한 물건을 받아 미국 등 서방에 주로 판매하고 있다.
쉬인은 10달러 이하의 저가 의류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며 급성장했고 지난 6월에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 브랜드 관리 기업 어센틱브랜즈그룹(ABG)의 제이미 살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컨퍼런스에서 쉬인의 1년 매출이 "최소 300억달러(약 40조원)"라고 추정했다. 세계 SPA 시장 1~2위를 다투는 스페인 인디텍스와 스웨덴 H&M의 2022년 매출은 각각 349억달러, 220억달러였다.
■테무에 긴장… 中 플랫폼끼리 충돌
쉬인과 테무의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테무는 지난해 12월 미국 법원에 쉬인을 고소하고 쉬인이 테무와 공급업체의 협력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테무는 쉬인이 테무와 거래한 공급업체 대표를 구금 및 협박했다며 "마피아처럼" 행동했다고 밝혔다.
테무는 중국 유통업체 핀둬둬가 지난 2022년 미국에 세운 기업으로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사실상 핀둬둬의 영향을 받는 중국 기업이다.
테무는 중국 현지 공장과 해외 소비자를 중간 유통없이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저렴한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앱 출시와 함께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공식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6월 미국 경제매체 야후 파이낸스는 영국 마케팅 플랫폼 오미센드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테무와 쉬인 모두가 미국인들의 쇼핑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고 진단했다.
오미센드가 1000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테무와 쉬인에서 쇼핑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각각 57%, 43%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51%는 쉬인에서 성인 의류를 구입했다고 밝혔으며 37%는 테무에서 생활용품을 샀다고 밝혔다.
쉬인은 여러 잡화를 모두 취급하는 테무에 비해 의류에 치중하고 있지만 적어도 의류 분야에서는 테무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쉬인은 테무가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 테무가 쉬인을 사칭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하는 등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했다. 쉬인은 다음해 3월에 테무가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비방했다며 테무를 추가 고소했다.
이에 테무는 같은해 7월 쉬인이 공급업체들을 탄압해 테무와 거래를 막았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쉬인을 고소했다. 지난해 3월과 7월 소송은 모두 같은해 10월에 기각됐다.
이러한 소송전은 상장을 준비하는 쉬인에게 악재다.
쉬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했지만 미중 갈등과 관련한 미국 정치권의 반대로 절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쉬인은 영국 혹은 홍콩 상장을 계획중이라고 알려졌다.
한편 중국 초저가 플랫폼에 밀리고 있는 미국 아마존은 중국 경쟁자들의 방식을 모방할 계획이다. CNBC는 지난 6월 보도에서 아마존이 중국 현지 판매자들과 접촉해 아마존 사이트 내에 20달러(약 2만6736원) 미만의 생활용품 및 의류를 파는 쇼핑 페이지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