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따라 갈리는 민심
"반발감 줄일 묘수" 청년층 환영
"역차별" 장년층 저항 만만찮아
"어떤 정책이든 공론화가 먼저"
사회적 합의 강조하는 목소리도
"반발감 줄일 묘수" 청년층 환영
"역차별" 장년층 저항 만만찮아
"어떤 정책이든 공론화가 먼저"
사회적 합의 강조하는 목소리도
"지금 젊은 세대가 덜 받게 되는 게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차등인상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20대 프리랜서 김모씨)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 속도를 연령대별로 차등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구조개혁안이 나온다는 소식에 세대별로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40~50대 중장년층은 나이 든 세대일수록 상당 기간 보험료를 더 내는 차등구조에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책이 나왔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연금개혁이 세대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세대 따라 나눠진 민심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발표할 연금개혁에서 연령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의 차등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보험료율 인상 폭을 정하면 일괄 적용하지 않고, 연령별로 차등화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세대별 보험료 차등인상안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나온 내용이다. 가령 보험료를 3%p 인상할 때 중년 세대는 매년 0.5~1%p를 올리고, 미래 세대는 매년 0.3%p를 올리는 식이다.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이번 연금개혁의 목적으로 제시하지만 실상 세대 간 입장 차는 첨예하게 갈렸다. 당장 보험료율 인상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4050세대의 반발이 컸다.
이날 만난 직장인 김모씨(44)는 "세대별로만의 차등인상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소득이나 자산 수준에 따라서도 어느 정도 차등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강모씨(50)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지금 희생해도, 그 아래는 출산율이 더 낮아져 결국에는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4050세대들이 나라의 주축이 됐는데도 막상 혜택을 본 것은 없다. 각종 복지정책은 젊은 사람들 위주로 이뤄지는데 쥐꼬리만 한 연금 받는 것 때문에 지금 어느 세대에 희생하라고 하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수적인데 일괄적인 상승은 자칫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 변모씨(36)는 "보험료율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미래에는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젊은 세대가 덜 받게 되는 게 확실하니 덜 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통계연구소가 국민연금공단의 용역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20대와 30대에서 "장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높이기 위해"라는 답변 비중이 각각 38.3%, 37.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직장인 손모씨(32)는 "우리가 내야 하는 돈이 무조건 늘어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격한 인상을 택하면 누구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대 간 차등인상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반발을 줄여 적절한 묘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금개혁, 세대갈등 만들까 우려"
국민연금 개혁이 자칫 세대갈등으로 번지는 양상 자체를 우려하며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젊은 사람들이 나중에 많이 내야 하는 것은 똑같으니 지금 젊은 세대를 달래는 땜질식 정책"이라며 "인상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세대별로 나눠서 하는 것이 일종의 포퓰리즘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허리인 중장년층의 삶도 팍팍한데, 당장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것이 세대갈등을 일으킬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직장인 한모씨(42)는 "지난 4월 국민연금 시민대표단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며 크게 반발했다"며 "어떤 정책이 나오든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에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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