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의사 없다" 1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 돈 임신부… 결국 구급차서 출산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2 07:59

수정 2024.08.22 07:59

충북 음성 임신부, 천안·청주 4곳서 거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충북 지역의 한 임신부가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결국 구급차 안에서 분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진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시31분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분만통을 호소하는 임신부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는 10분 만에 도착했지만 분만이 가능한 천안과 청주 지역 내 병원 4곳을 물색한 결과, 병상이 없거나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음성군과 진천군에는 임신부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자 지역의 유일한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데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가 병가 등으로 빠지면서 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시30분까지 응급실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자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생아는 수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라며 "그러다가 갑자기 산모 상태가 좋지 않아 소방 측에서 응급실 운영 및 신생아 집중치료실 수용이 동시에 가능한 곳으로 이송하겠다고 연락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A씨는 1분 간격으로 분만 통증을 호소하는 등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고, 결국 A씨의 양수가 터져 구급대원들이 즉시 응급분만을 결정했다. 구급차를 거리에 세우고 의사의 의료 지도를 받아 신고 접수 1시간 20여분 만에 아이를 받아냈다.


이후 구급대원은 119 상황실에서 선정해 준 약 80㎞ 떨어진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산모와 아이를 이송했으며, 이들은 모두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도내 58곳 산부인과 중 분만실을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청주 9곳, 충주 2곳, 제천·영동·진천 각 1곳 등이며 전체 11개 시·군 중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은 6곳에 달한다.


이에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지역에선 산부인과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대기하거나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라면서 "일선에서 일하는 구급대원들도 응급 상황시 병원을 찾지 못해 늘상 힘들어한다"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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