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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데"...韓 부동산 '데드캣 바운스'는 '부활 신호'될까 [이창훈의 삶코노미]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3 06:00

수정 2024.08.23 06:00

부동산 가격 추이 혼선...'일시적 등락' 반복중
'데드캣 바운스' 논란도 여전...반등 후 폭락 우려도↑
'공급 부족' 요인 없애겠다는 정부...반등 여력 확인 나서

사진은 집이 없는 길고양이. 사진=뉴시스
사진은 집이 없는 길고양이.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죽은 고양이가 뛰어오른다"는 뜻의 '데드캣 바운스'는 주식시장의 일시적 반등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아주 높은 곳에서 고양이를 떨어뜨리면 고양이가 죽더라도 시체나마 한 번은 땅에 튀기지 않겠느냐는 무시무시한 말이었죠. 시장이 죽더라도 일시적인 반등 정도는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구석을 찾을 수도 있지만 시체가 또다시 도약을 해낼 리는 없다는 절망적인 전망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고양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시체와 함께 다시 바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죠.

여기서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전제는 더욱 직관적으로 '데드캣 바운스'를 이해하는 배경입니다. 떨어지는 곳이 높을 수록 반작용으로 튀어오르는 높이도 커지는 것이 순리니까요. 단적인 예로 "도쿄 땅을 모두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고 자부하던 일본의 버블은 잔인할만큼 고양이의 시체를 여러번 높이 튀기면서 꺼져갔습니다.

우리나라 땅값은 2008년에 이미 캐나다 2개를 사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고금리에 신음한 지난해에도 한국의 전체 땅값(토지가액)은 1경2093조원으로 그 때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고양이'의 위치가 이미 꽤 높이 올라가 있는 셈입니다.

죽었나 살았나...고양이 진단 어려워
고금리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6월을 100으로 놓고 보면 지난해 6월까지 2년간 아파트 가격은 92.7까지 낮아졌습니다. 한 번 살 때 목돈을 써야 하고,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 부동산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폭락을 겪은 셈입니다.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그리고 신기하게도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반등세가 이어졌습니다. 고금리에 익숙해진 시장이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더 늘리며 매수를 결심했던 것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저점을 다졌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 공감을 샀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시장의 판단을 배신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다시 연속해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데드캣 바운스' 이론을 한 번 더 증명한 셈이 됐죠. 부동산 부진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등 경제기관에서 지속해서 지목하는 내수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한 번 반등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5월부터 이달까지 단 한번의 하락도 없이 유지·상승을 기록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지금 고양이가 죽은 채로 튀어오르는 지, 다시 살아나 뛰어오르는 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고양이 마릿수만 여러개...'목숨' 늘려줘야
'부동산 고양이' 한 마리의 생사를 알아보는 가운데 사실 각자 쳐다보는 고양이가 다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애꿎은 캐나다를 여러 번 살 수 있는 한국 땅값은 사실 대부분 '수도권 땅'이죠. 지난해 1경이 넘는 토지자산 가운데 65.3%는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습니다. 부동산 충격으로 토지자산이 줄어드는 동안 오히려 수도권 토지자산 규모는 늘어나기도했습니다. 도시 고양이와 시골 고양이가 동시에 뛰어내렸는데 생사 여부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추이 역시 지방과 서울을 나눠서 보면 충돌하는 바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달 2주차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0.32%로 지난 5년11개월 가운데 최고폭으로 올랐습니다. 특히 강남 3구로 불리는 송파구(0.58%), 서초구(0.57%), 강남구(0.46%)는 평균 이상의 증가폭을 보였죠.

반면 지방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0.02% 하락을 유지 중입니다. 미분양이 많은 대구(-0.11%)와 제주(-0.06%), 광주(-0.05%), 부산(-0.03%) 등의 하락세를 서울이 메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반등세를 이끄는 힘은 부동산 시장의 활력보다 수도권 지역에 공급 이상의 수요가 몰리는 것에서 주로 기인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생사 여부와 관계 없이 사람들의 손으로 고양이를 억지로 위로 던져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서울=뉴시스] 2026년 입주 물량은 7145가구로 올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더피알 제공) 2024.08.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2026년 입주 물량은 7145가구로 올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더피알 제공) 2024.08.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고양이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유명한 실험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입니다.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죽을 확률이 50%인 상자 속에 고양이를 넣은 뒤 생사 여부를 알려면 상자를 여는 수밖에 없다고 했죠.

정부는 공급 확대 대책을 내고 역대 최대 수준의 주택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공공주택 20만호 이상을 시장에 풀고 3기 신도시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데드캣 바운스'를 일으키는 일시적인 공급부족을 우선 해결해보겠다는 취지죠.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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