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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시아 사회주의 포기’ 비판, 주민 동경 차단 움직임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2 15:05

수정 2024.08.22 15:05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 대외적으론 친선을 강조해 온 북한 -주민 대상 내부 강연서 "러 사회주의 포기..자본주의 선택해 빈곤하다" 비난 -러시아에 대한 북 주민들의 과도한 동경을 차단 위한 선전선동 조치 관측
[파이낸셜뉴스]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상강연자료 일부. 사진=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상강연자료 일부. 사진=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북러 정상회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후 러시아와의 친선을 강조해 온 북한이 최근 내부 강연에서 러시아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선택해 빈곤하게 산다며 비난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러시아를 비난하는 주민 대상 강연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청 평안북도의 현지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일 “오늘 ‘사회주의 붉은기를 끝까지 지키자’는 요지의 정기 강연이 진행됐다”면서 “요즘 우리(북한)와 친밀한 러시아를 비난해 가며 사회주의를 지킬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장 강연 내용에는 "러시아의 군대가 적들의 심리모략전에 녹아나다나니 사회주의 운명이 경각에 달한 그 시각, 반사회주의자들을 진압할 데 대한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명령 집행도 거부했고 지어 어떤 부대는 반혁명의 편으로 넘어가는 망동까지 부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소식통은 “불과 며칠 전노동신문에도 원수님(김정은)과 러시아 뿌찐(푸틴)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축전을 교환한 소식이 실렸다”면서 “뿌진(푸틴) 대통령은 ‘조선의 해방을 위해 어깨 겯고(걸고) 싸운 붉은 군대 전사들과 조선의 애국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는 두 나라 사이의 선린관계 발전의 기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그러나 “최근 당에서는 주민들에게 러시아가 사회주의 붉은기를 지키지 못해 멸망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대와 국민들이 선대들이 지켜낸 사회주의 붉은기를 버렸기 때문에 오늘을 비참하게 산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아울러 “최근 주민들 속에 그나마 경제난에 처한 우리(북한)를 구제해 주는 게 러시아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당에서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심을 차단하려고 사회주의 붉은기를 지키자고 선동하고 나선 게 아니냐”고 소식통은 반문했다.소식통은 이 같은 강연을 지금 시점에서 진행하는 배경이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지나친 동경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청한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이번 주 정기 강연은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택한 러시아의 실태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며 연단에 선 강사가 ‘소련의 사회주의 붉은기가 내리우고 삼(세)줄짜리 깃발(러시아 국기)이 꽂힌 것을 바라보며 러시아 국민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강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최근 우리(북한)와 러시아가 중국보다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일반 주민들도 느끼고 있다”면서 “노동신문의 지면에도 특별히 러시아 소식이 자주 실리고 있어 러시아의 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도 큰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또 “당국이 러시아에서 식량과 원유를 대대적으로 지원받는다는 걸 주민들은 기정사실로 믿고 있는데 당에서 현 시기에 나서는 절박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러시아를 사례로 들어 주민들에게 일부러 비난선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러시아를 비난하는 강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일부에서는 김정은만을 위한 것이 사회주의냐, 가난한 사회주의보다 부유한 자본주의를 선택한 것이 백 번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식량도 없어 빌어먹는 처지에 무슨 사회주의 타령이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연 등의 조치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과도한 동경을 차단하기 위한 북한 선전선동부의 조치로 관측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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