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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전소 옥내화·증설 인허가 불허한 하남시...소송전으로 번지나

노진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2 13:43

수정 2024.08.22 14:06

변전소 인근 감일지구 주민 반대여론
과거 북당진변환소 둘러싼 한전·당진 소송전 사례
하남 비롯한 수도권 전력공급 차질 우려
옥내화된 동서울변전소 조감도. /한국전력공사 제공
옥내화된 동서울변전소 조감도. /한국전력공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남=노진균 기자】 경기 하남시와 수도권 일대의 전기공급을 책임지는 동서울변전소의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하남시의 인허가 불허로 향방을 알수 없게 됐다.

감일지구 주민들은 동서울변전소 증설 반대를 위해 시위를 벌이는 한편, 집단 서명서를 제출하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제출한 4건의 허가신청을 불허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22일 한국전력공사와 하남시 등에 따르면 한전은 동서울변전소의 외부에 노출된 기존 전력설비들을 신축건물 안으로 이전하는 옥내화를 통해 소음 및 주변환경개선, 전자파 노출에 효과적인 초고합직류송전(HVDC) 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HVDC 변환설비 설치가 완료되면 동해안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송전망이 크게 개선돼 동해안 지역의 대규모 발전력을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운송함으로써 하남시를 포함한 수도권 전력공급이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최근 들어 변전소 인근에 위치한 감일지구 일대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던 중 하남시가 8월 21일 한국전력공사가 제출한 4건의 허가신청을 불허하면서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민·관에 가로막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소송전으로 번질까
해당 사업은 증설에 따른 전자파 발생과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HVDC 증설로 인한 전자파 추가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감일지구 주민들은 지난달 21일과 지난 19일에 이어 오는 25일에도 집회를 예고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주민들은 1만2265명의 서명이 담긴 동서울변전소 증설 반대 서명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8월 21일 하남시가 한전측이 제출한 △345kv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 △345kv 동서울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 △345kv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500kv 동서울변환소 본관부지 철거공사 등을 불허했다.

하남시는 △대규모 주거단지(약 4만여명) 및 다수의 교육시설 연접 △주민의견 수렴 절차 없이 증설 입지 확정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시는 "주민 수용성도 결여돼 있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를 위한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에 맞지 않으며, 건축법령상 공공복리 증진에도 부합하지 않아 불가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하남시의 결정으로 2026년 말까지 마무리하려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이 공전하게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하남시가 불허를 결정함에 따라 행정심판과 소송을 같이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어떤 방향이든 우리(한전)는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입장에서 최선의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연되는 사업에 하남 및 수도권 전력 공급 자칠 우려
이같은 상황에 옥내화와 함께 진행되는 증설작업이 지연될 경우 하남시와 수도권 일대 전력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동서울 변전소는 서해안 일대에서 345kV 송전선로 4회선을 통해 2.5GW의 전력을 받아 하남지역에 1.0GW, 수도권 일부지역에 1.5GW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이 오는 과정에서 평택 고덕과 용인 등에서 발생하는 전력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27년께에는 동서울변전소로 오는 전력량은 1.9GW 줄어든 0.6GW가 된다. 그 시점 한전이 예측한 하남지역 전력수요는 1.2GW로 공급 전력량 대비 2배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HVDC 500kV 송전선로 2회선을 통해 동해안 일대에서 생산한 전력 3.9GW를 동서울 변전소까지 끌어와 부족한 전력수요를 충당한다는 것이 한전의 계획이다.
서해안에서 공급되는 전력 공급량 손실분을 감안하면 동서울 변전소로 오는 전력량은 기존 2.5GW에서 4.5GW로 2GW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사업이 늦어지게 될 경우 현재 조성 중인 3기 신도시 하남 교산신도시와 하남시가 추진 중인 지하철 3호선 송파하남선 연장, 미사섬 일대 유치 조성 계획 중인 K-스타월드 사업 등이 전력난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당초 계획한대로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이 2026년까지 완료되지 못할 경우 하남지역은 물론 수도권 일대 전력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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