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티메프 미정산에 선정산 업체까지 와르르...셀러들 피해 도미노 되나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5 17:23

수정 2024.08.25 17:56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이 폐쇄돼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이 폐쇄돼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수백억원의 미정산금을 떠안게 된 선정산 업체들이 다수 금융사로부터 채권 추심을 받고 있다. 선정산 업체들이 무너질 경우 약정에 따라 판매자(셀러)들이 금융사에 피해를 변제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금융권이 이미 선정산 업체들에 대해 압류 절차를 진행중이어서 티메프가 아닌 다른 플랫폼 셀러들이 추가 피해를 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불법추심에 '아사리판'된 사업체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메프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선정산 업체들은 이달 초부터 금융사 요청에 따라 개인 셀러들을 상대로 선정산 대금의 상환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서를 발송하고 있다. 선정산 업체가 대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티메프 매출 채권을 선정산 업체에 판매한 셀러들이 돈을 갚아야 한다는 약정 때문이다.


선정산 업체들은 플랫폼과 셀러 사이 자금을 원활하게 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선정산 업체가 없을 경우 셀러들은 플랫폼 업체들로부터 최대 2개월 반이 지나서야 정산대금을 받는다. 선정산 업체들은 셀러들에게 정산 기간을 2~3일로 확 줄여준다. 셀러들이 플랫폼으로부터 받아야 할 매출 채권을 대신 매입하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다만 선정산 업체들은 약정상 매출 채권에 문제가 발생하면 셀러가 변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선정산업체 A사가 셀러들과 맺은 약정서에 따르면 정산업체가 선정산업체에에 정당한 사유 없이 매출채권 정산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연체한 경우 선정산 업체는 계약 실행을 정지하거나 한도 약정금액을 감액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매출채권에 대한 보증을 규정한 계약 내용에는 (매출채권이 정상 거래되지 않아) 선정산 업체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이 채권을 판 '셀러'가 손해를 즉시 배상토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플랫폼 업체의 매출 채권이 유효하지 않으면 매출 채권을 판 셀러가 최종적으로 변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티메프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선정산 약정상 금융사가 추심이 가능한 대상은 선정산업체와 셀러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호대상으로 지정한 셀러들을 상대로 추심을 진행하는 것은 금융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선정산업체에게만 강도 높은 추심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눈 밖에 난 선정산업체들은 불법추심까지 받게 되면서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2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선정산업체 A사의 경우 매일같이 추심업자들로부터 빚 상환을 독촉받고 있다. 채권별 정산대금이 정해져있음에도 무분별한 추심이 이뤄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들의 대금까지 모두 묶여버려 사업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고 한다.

한 선정산업체 관계자는 "정부 눈 밖에 났다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상환일정과는 별개로 상환절차가 진행되고, 불법추심까지 들어온 상태"라며 "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업체는 한통의 전화도 없이 회사 통장에서 수억원을 출금해 가는 등 이곳은 말 그대로 아사리판이다"고 말했다.

티메프 관련 없는 다른 셀러 피해 우려도
선정산 업체 관계자들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다른 플랫폼에서 사업하는 셀러들까지도 추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이 티메프 매출채권을 매입한 선정산 업체들의 대한 자금 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정산 업체가 다른 플랫폼 업체로부터 받은 정산 대금까지 금융권으로부터 압류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후부터다. 다른 플랫폼으로부터 받은 정산금이 티메프 관련 상환금으로 자동 압류되면서 티메프 이외의 다른 매출 채권을 상환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가 기존에 계약을 맺은 업체는 4500여개에 달한다. 그중 티메프 셀러를 제외한 다른 플랫폼 셀러들도 30%에 이른다.

A사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다수의 셀러들에게 상환금을 받고 계약을 해지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셀러가 남은 상황"이라며 "티메프가 아닌 셀러들의 대금은 20억~30억가량 남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선정산업체가 문을 닫게 되면 금융사가 추심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대상은 셀러만 남게 된다. 계약서상 금융사는 셀러들을 상대로 한 개별적인 추심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셀러들에 대한 추심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자금경색으로 인해 사업 운영이 어려워져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셀러들에 대한 추심이 이뤄질 경우 추가적인 고소·고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티메프 셀러 측 대리를 맡은 박종모 법률사무소 사유 대표변호사는 "티메프가 선정산업체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고서 채무를 면하는 사안으로, 셀러들이 티메프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이는 교과서적인 얘기"라며 "하지만 티메프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복구의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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