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20년 4월을 경기 저점으로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1900년 이후 미국 경제는 23차례의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경기 확장국면이 평균 48개월이었다. 올해 8월까지 확장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면 52개월로 과거 평균보다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확장국면이 언제까지 더 이어질 것인가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에 달려 있다. 필자가 미국 소비 사이클을 추정해 보면 소비는 이미 장기 추세 성장선에서 아래로 벗어나고 있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 가계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3.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00~2019년 평균 5.2%)보다 낮아졌다.
다음으로 미국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2019년 7만8250달러였던 실질소득이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4.7% 감소했다. 이 기간 실질GDP가 5.1% 증가했는데도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소득 차별화 때문이다.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이다. 아직 2023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감소 추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증가도 소비를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급액 비중이 2021년 3월 1.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올라왔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 성장세도 같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게 될 것이다. 미국 고용은 지나칠 정도로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줄자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이 그해 3~4월에 2189만명 줄었다. 그 이전 10년여간 만들어진 일자리가 단 두 달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실업률도 3.5%에서 14.7%로 급등했다.
지난해 4월 3.4%였던 실업률이 올해 7월에는 4.3%까지 올라왔다. 앞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난 다음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왔다. 빠르면 올해 4·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이에 대응하여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할 수도 있다. 연준은 올해 남은 11월, 12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더 내릴 것이다. 필자가 테일러 준칙에 따라 미국의 적정금리를 추정하면 4.2%로 현재의 5.25~5.5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미국 주가지수(S&P500)는 장기적으로 명목GDP 추세를 따라 상승했다. 2000~2023년 명목GDP는 연평균 4.5% 성장했고, 주가지수는 6.8% 상승했다. 올해 명목GDP가 6% 성장하더라도 적정 S&P500은 4620 정도이다. 주가지수가 과대평가 영역에 있는 만큼 앞으로 경기와 금리 전망에 따라 8월과 같은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미국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달러인덱스도 하락했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외 주식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4.3%에서 2023년에는 63.1%로 급증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미국 주가와 달러인덱스가 같이 떨어진다. 국가별 투자비중을 다변화해야 할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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