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다지선다 속 '중심' 잡으려면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2 18:37

수정 2024.08.22 18:37

이승연 금융부 기자
이승연 금융부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홈페이지 접속자가 급격히 늘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문의 글이 4500건이었다면 근 2년 반 동안 5500건이 더 올라왔어요."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취급하는 한 업체 대표는 얼마 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융이 닿지 않는 지대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요새 부쩍 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가 슬쩍 보여준 게시판에는 정말 기구한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경기 악화에 가장 먼저 비탈 위에 선 이들은 소득이 일정한 정규직보다는 일용직이나 개인사업자들이었다.

최근 금융당국의 관심은 단연 가계부채다. 은행권이 취급하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스트레스 금리를 올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9월부터 실시하고, 은행권에 모든 가계부채에 대해 내부관리 목적 DSR을 산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2024년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지난 20일 발표됐다. 필요시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추가 조치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 추산 가계빚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만큼 부채 줄이기는 가야 하는 길이다.
차주 상환능력에 맞춰 대출을 내주겠다는 기조 또한 원리 원칙상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관건은 미세조정이다. 시기와 정도가 중요하다. 수도권 주담대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만 1.2%p로 높이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려 고소득자가 쥐고 있는 서울 주요 지역 주택 가격은 잡히지 않은 채 수도권 외곽 지역 집값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얼마 전까지 강조했던 서민 지원과도 일면 배치된다. 당초 지난 7월로 예고됐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점을 금융당국이 두 달 미뤘던 것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기다리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내부관리 목적이라도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DSR을 은행권이 산정한다면 한도를 턱밑까지 채운 차주부터 돈 빌리기 까다로워지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정책대출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에 국토부는 이달 초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0.4%p 인상했다.

경기가 악화하면 가진 게 적은 이들일수록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전반적인 경기가 나쁜 게 아니라 취약계층과 자영업자가 많은 고통을 받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강화된 대출규제가 한 번에 나온 만큼 시장에서 다양한 우려를 내비친다.
당국이 설명했듯 '실수요자의 영향은 크지 않은' 정교한 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한다.

se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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