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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력 수요 최대치인데…" 매장 문 열고 에어컨 '펑펑'

연합뉴스

입력 2024.08.23 15:19

수정 2024.08.23 15:19

부산진구 개문냉방 방지 캠페인 "불법행위로 단속될 수도" 업주들 "출입문 개폐 여부로 달라지는 매출에 딜레마"
[르포] "전력 수요 최대치인데…" 매장 문 열고 에어컨 '펑펑'
부산진구 개문냉방 방지 캠페인 "불법행위로 단속될 수도"
업주들 "출입문 개폐 여부로 달라지는 매출에 딜레마"

부산진구 캠페인 활동 뒤 출입문 닫는 직원 [촬영 박성제]
부산진구 캠페인 활동 뒤 출입문 닫는 직원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다들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데, 우리 집만 닫아놓을 수도 없고…. 고민이네요."
액세서리 매장에서 출입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던 업주는 머쓱해하며 23일 이렇게 말했다.

이 업주는 "문을 열었을 때와 닫고 영업할 때 매출 차이가 크다"며 "출입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손님을 다른 점포에 빼앗길까 봐 열어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산 부산진구 대표 번화가인 서면 젊음의 거리에 즐비한 상점 대부분은 출입문을 활짝 열어둔 모습이었다.

부산진구 직원들은 이날 점포 곳곳을 돌면서 출입문을 열어 둔 채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개문냉방'이 불법 행위인 점을 알리며 문을 닫도록 권고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절기상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났어도 고온다습한 열기가 사라지지 않자 냉방 수요가 늘어 최대 전력 수요도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개문냉방 점포 방문하는 부산진구 직원 [촬영 박성제]
개문냉방 점포 방문하는 부산진구 직원 [촬영 박성제]

이날 뜨거운 야외를 걸으니 거리를 걷다가 조금이라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저절로 눈길이 갔다.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무더운 여름날 조금이라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문냉방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한 스포츠용품 매장의 업주는 "대낮에 문을 열어두면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지나가던 사람도 열을 식히려고 잠시 들어오는 게 사실"이라며 "무더위로 거리에 나오는 사람도 줄었는데 매장 출입문마저 못 열게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출입문 열려 있는 서면 점포 [촬영 박성제]
출입문 열려 있는 서면 점포 [촬영 박성제]

부산진구 직원은 업주들의 토로에 "알다시피 올여름 우리나라 전기 소비량이 엄청나 이대로라면 대규모 정전이나 더 큰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전력 예비율이 낮아지면 출입문 개폐 여부를 본격적으로 단속하는데, 이를 어기면 행정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어 결국 업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 요금을 절약하는 차원에서라도 문을 잘 닫아주길 바란다"고 설득했다.

개문냉방 점포 방문하는 부산진구 직원들 [촬영 박성제]
개문냉방 점포 방문하는 부산진구 직원들 [촬영 박성제]

문구류와 신발을 파는 가맹점들은 본사 지침상 문을 열어 두었다는 입장이었다.

냉방기기 가동 시 출입문을 닫아야 한다는 구청 직원의 말에 신발 매장 업주는 당황해하며 "몰랐다"며 황급히 문을 닫았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회사에서 영업할 때는 항상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침을 내려 그대로 이행하고 있었다는 가맹점이 많다"고 말했다.

개문냉방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도 있다.

다만 전력 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에 따라 계도와 단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적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달 초 서면에 개문냉방이 심각하다는 민원이 들어와 직원들이 나서서 이날처럼 캠페인을 벌였지만, 단속은 하지 않았다.


부산진구는 "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업주들이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데다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가 없으면 단속할 수도 없어 지자체는 업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니 업주들은 출입문을 잘 닫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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