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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조건없는 선의, 일본에서 꽃피웠다… 후원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에 싱글벙글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3 21:01

수정 2024.08.23 21:31

올해 2월 전지훈련지에서 남은 공 후원
올해 봄 고시엔에 심 단장 초대받기도
159명 인원으로 여름 고시엔 우승을 일궈낸 기적
NHK에 한국어 교가 등장하며 재일동포사회에 큰 여운
KIA, 계속 교토 국제고 후원한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가 올해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하다. 이미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9부능선을 넘었다. 통산 12번째 우승을 향해 쾌진격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KIA 타이거즈가 유일하게 후원했던 고교가 올해 고시엔 우승이라는 말도 안돼는 기적을 썼다. KIA의 조건없는 선의가 기적으로 돌아온 것이다.


KIA 구단과 교토국제고와의 인연은 올해 2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심재학 KIA 단장은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치르는 1군 스프링캠프로 넘어가기 전 고치현에 있는 2군(퓨처스) 스프링캠프를 둘러보러 갔다가 재일동포로부터 교토국제고의 딱한 사연을 접했다.

후원을 못 받아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찢어진 공을 재활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심 단장은 2군 스프링캠프가 막을 내린 뒤 쓸만한 공 1천개를 모아 교토국제고에 보냈다. 일본에서 동계 훈련을 치르는 우리 구단들은 보통 훈련 때 사용한 공을 스프링캠프 주변 학교에 무상으로 선물하고 돌아온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우승기와 상패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날 경기는 교토국제고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교 2-1로 꺾고 우승했다. / 사진 = 연합뉴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우승기와 상패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날 경기는 교토국제고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교 2-1로 꺾고 우승했다. / 사진 = 연합뉴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꺾고 우승한 뒤 응원석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꺾고 우승한 뒤 응원석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폐회식에서 우승기를 들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이겼다. / 사진 = 연합뉴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폐회식에서 우승기를 들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이겼다. / 사진 = 연합뉴스

KIA는 고치현 유소년 야구팀에 줄 공을 조금 줄여 교토국제부에 보낼 공을 마련했다. 국내 10개 프로구단 중 교토국제고를 현물로 후원한 구단은 KIA가 유일하다. 교토국제고는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와 함께 심 단장에게 3월 선발 고등학교야구대회(봄 고시엔) 초청장도 보냈지만, 심 단장은 KIA의 KBO리그 일정 탓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심 단장은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대회 결승에 진출하면서 우리 구단이 지원한 일이 뜻하지 않게 알려졌다"며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이사님도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셨다"고 전했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올해 현재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전체 학생 160명의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재적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올 시즌 쾌진격을 이어가고 있는 KIA 타이거즈 / 사진 = 뉴시스
올 시즌 쾌진격을 이어가고 있는 KIA 타이거즈 / 사진 = 뉴시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 / 사진 =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 / 사진 = 연합뉴스


재일동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이 학교가 유명해진 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 덕분이다.

고시엔 전 경기를 중계하는 일본 공영방송 NHK는 출전 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을 교가 자막과 함께 내보낸다.
교토국제고 야구부원 대다수가 일본 선수라도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이 재일동포 사회, 한국과 일본 팬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켰다.

만약에 올해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한일 양국 야구계를 잇는 의미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KIA의 야구 외교가 한일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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