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케네디는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더 이상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공식 경선(예비 선거·코커스) 없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점을 비판하면서,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당에 불만이 많아 이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을 최근 여러 차례 만났으며 국경 안보와 언론의 자유, 전쟁 종식 등 현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자신의 견해에 동의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을 지지한 케네디를 한껏 추켜세웠다. 그는 케네디를 애칭 '바비'로 부르며 "바비에게 감사하고 싶다. 아주 멋진(nice) 지지 선언이었다"며 "그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메리 베스 카힐 수석 고문 명의 성명을 내고 "트럼프 지지층 확보에 도움이 되는 지지를 얻은 게 아니라 실패한 '변두리 후보'의 짐을 물려받았다"고 깎아내렸다.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이뤄진 단일화가 막판 유권자 표심에 미칠 파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존 F. 케네디 제35대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의 삼남인 그는 정치 명문가'란 타이틀을 등에 업고 올해 초 열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려 했지만 지난해 11월 관련 계획을 접고 대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로이터·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20%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미국 대선 역사상 드물게 '3자 구도'를 만드는 깜짝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백신·코로나19 음모론을 적극 주장해 온 데다 최근에도 갖은 기행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지지율은 지난달 8%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5%까지 추락했다. 30여년 전 베이비시터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현지 연예매체 '베니티 페어'를 통해 폭로되자 케네디는 "내 옷장에는 해골이 너무 많다"며 기괴한 해명을 내놓았고, 지난 5일에는 케네디가 직접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뉴욕 센트럴파크 한복판에 10년 전 나타난 곰 사체는 자신이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총기에 피격되고,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달 21일 대선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케네디를 향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사그라진 상태다. 미국 드렉셀대 윌리엄 로젠버그 정치학 교수는 케네디의 지지율 추이를 고려할 때 트럼프와의 막판 단일화가 본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이터에 "석달 전 이 일을 했다면, 아마 다른 종류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트럼프 캠프의 여론조사 분석가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캠페인으로선 좋은 소식"이라며 "경합주를 중심으로 케네디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해리스보다는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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