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KBS 인터뷰에서 발언한 “중요한 건 일본 마음”. 야권은 이를 ‘중일마’라고 표현하며 ‘친일(親日)’ 성향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기점으로 유행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차용한 비아냥이다.
김 차장은 지난 16일 KBS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히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했다.
김 차장의 발언은 일본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정부가 동의하면서 일어난 논란에 기름을 부으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야당은 이 같은 풍부한 소재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손쉽게 씌웠다. 대통령실은 김 차장의 발언 취지를 적극 설명하고 야당 공세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아래는 대통령실과 취재진 간의 일문일답 전문.
먼저 문제의 발언이 담긴 인터뷰가 공개된 이틀 후인 18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출입기자단 앞에 섰다.
―주말 동안 야당에서 일본의 마음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입장을 밝혀 달라.
▲특정 언론에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본의 마음을 잘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앞뒤 맥락을 잘 이해하시면 충분히 공감이 가실 것.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사과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 우리가 필요한 과거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일본과 풀어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병행해서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한일 관계, 그리고 한미일 관계가 우리 대한민국 기업 그리고 국민에게 안겨다 주고 있는 여러 가지 혜택 그리고 기회 요인들을 함께 평가해야 될 것. 작년 3월에 12년 만의 한일관계 개선이 없었다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도 없었을 것이고, 한일 간에 우리 기업과 국민이 새로 맞아들인 기회 요인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그런 면에서 일본이 우리를 존중하고 또 우리를 새롭게 부상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여기면서 긴장하게 하고, 글로벌 질서에서 캠프 데이비드를 주도해 나가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펴는 모습을 일본이 경외하게 만듦으로써 한일이 공동 이익을 만들고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보다 자발적인 한국에 대한 협력을 도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일본의 마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는 취지이다. 우리 청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을 대할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혜택을 무시하지 말고 함께 평가하면서 자신감에 기반한 한일관계를 구축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
김 차장이 문제의 발언을 했을 때에도 이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당시 김 차장은 “우리 청년·기성세대들도 이제 자신감을 갖고 일본을 대하는 게 더 윈윈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수출과 1인당 국민소득 등 경제지표를 들며 여러 차례 강조한 ‘말로만 반일(反日)보단 극일(克日)’을 부각하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18일 부연설명은 오히려 논란을 더 들끓게 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사과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는 ‘사과 피로’ 표현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또 다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동적 해명이 아닌 적극 반박을 내놨다. 야당 공세의 목적이 국민분열뿐이라는 점, 현 정부가 극일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다.
―김 차장의 ‘중일마’ 발언 관련해서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실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이 있나.
▲친일 프레임을 씌워 정쟁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국민분열을 야기하는 야당 모습에 유감을 표명한다. 친일 프레임으로 대안 없이 공격해 대는 행태가 아닌,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성과를 내 일본을 뛰어넘는 극일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그리고 김 차장의 말씀 중 하나의 단어나 문구만 가지고 공격을 할 게 아니라 전체적인 문구를 보셔야 된다. 우리가 당당하게 과거사에 대해선 잘못한 건 지적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하지만 어떤 게 더 국민과 국익을 위해 더 좋은 건지 미래를 좀 내다보자, 함께 보자는 뜻에서 말씀하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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