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전혀 모르는 남성이 동거인으로 불법 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여성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쯤 검찰청에서 거액의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 무려 18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이 자기 주소에 함께 등록된 남성 B씨에게 부과된 것이다.
A씨는 혹시나 하며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떼어보니 B씨가 지난 7월 1일부터 동거인으로 올라와 있었다.
B씨는 불법 전입을 위해 A씨와 허위 임대 계약서를 만들어 주민센터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 계약서에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을 지불하기로 했다면서 A씨의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도 엉터리로 적어 놓았다.
B씨는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만들기 전에 A씨가 사는 집의 건축물대장도 떼어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불법 전입한 B씨를 즉시 퇴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민센터는 B씨와 연락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를 즉시 퇴거 조치하지 않고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A씨가 현재 주소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증명토록 했다.
A씨는 우선 주민센터의 요구대로 했다. A씨는 주민센터 직원이 방문할 때 집에 대기하며 실제 살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집과 자기 발이 나오는 사진도 찍었다.
또 주민센터에서 보내는 우편물을 반송하는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A씨가 이런 절차들을 차질 없이 모두 밟으려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한다.
A씨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회사에 휴가까지 냈으며 B씨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도 공개했다.
B씨는 주민센터의 연락을 받고 퇴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열흘 넘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결국 행정절차가 마무리돼 강제 퇴거가 이뤄질 때까지 A씨와 계속 동거인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주민센터는 행정 규정을 따를 뿐이고 위법 행위에 대한 판단은 경찰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내가 현재 주소지의 실제 거주자이고 B씨의 범죄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바로 그의 전입신고를 말소해야 한다"라며 "주민센터의 착오로 범죄자랑 한 달 이상 동거인이 된 것도 끔찍한데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해 다시 한 달을 더 견디라는 현행법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다.
그는 또 "B씨가 많은 집 중에 여자 혼자 사는 우리 집을 범행 대상으로 택했다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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