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탱크가 주가 올리더니, 탱크가 기차로 변신해서 또 주가를 올린다."
현대로템 투자자들이 커뮤니티에 내놓는 행복한 농담이다. 이달 초 폭락장을 극복하고 신고점까지 갈아치우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현재 주가는 5만3900원으로 연초(2만6750원)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상승률(101.50%)은 코스피시장 14위에 해당한다.
현대로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올해 방산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방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폴란드 K2 전차 수출이 실적에 본격로 반영된 덕분이다.
올해 2·4분기 매출액은 1조9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92%, 영업이익은 1128억원으로 67.70% 각각 늘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10.50%, 36.32% 웃돌았다. 호실적 덕분에 현대로템(5조8828억원)은 시가총액에서 한국항공우주(5조4391억원)을 제치고 방산주 2위로 올라섰다.
최근의 기세는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더 좋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9일의 신고가(32만2500원)를 아직 뛰어넘지 못했다. 이달 초(2~5일) 폭락장을 겪은 후 30만원선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내 27만5500원으로 내려온 상태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이달 1일 기록한 고점(5만500원)을 14일 5만4600원으로 갈아치웠다. 이달 5일(4만4700원)와 비교하면 3주 만에 22.14%가 오른 것이다.
최근의 강세는 철도(레일솔루션)부문의 약진 덕택이다. 지난 14일 현대로템은 미국 매사추세츠항만교통공사(MBTA)가 발주한 1억7579만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2층 객차 추가 공급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 말 철도부문의 수주잔고는 13조319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철도부문 매출(1조5536억원)을 토대로 계산하면 향후 8년간 매출원을 확보한 셈이다.
현대로템은 모로코에서 고속철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동호 연구원은 “모로코 고속철 사업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총 168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오는 10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내년 중 수주 계약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MSCI) 한국지수 편입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수급에 긍정적이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다음 정기변경에서 편입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현대로템”이라고 전했다.
다만, 5만4000원 선에서 주춤하고 있는 게 투자자들의 고민거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평균 목표주가는 5만9786원으로 현 주가와 큰 차이가 없다. 올해 5000억원 넘게 순매수를 하며 강세를 뒷받침한 외국인도 최근 매도세로 돌아섰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고점이 온 것 같다"며 익절(수익 매도)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수주 소식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다올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후속 수출계약이 없으면 오는 2026년에 실적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어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를 다른 방산주보다 낮게 적용했다"며 "폴란드 2차 등 수출 계약이 중요하다. 먼저 2-1차 180대 계약을 연내 목표로 하고, 나머지를 2026~2028년에 뿌려주면 목표주가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루마니아 K2 입찰도 진행형이고, 다수 지역과도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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