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3년의 성과와 한계
역대 8번째로 긴 장기 집권했지만
'역대 최악' 지지율로 불명예 하차
슈퍼 엔저·내수 침체 등 숱한 위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나마 '숨통'
美日 관계 강화 등 외교 실리 챙겨
퇴임전 내달초 尹대통령과 만날듯
역대 8번째로 긴 장기 집권했지만
'역대 최악' 지지율로 불명예 하차
슈퍼 엔저·내수 침체 등 숱한 위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나마 '숨통'
美日 관계 강화 등 외교 실리 챙겨
퇴임전 내달초 尹대통령과 만날듯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집권 3년은 정치적 위기와 경제적 난관 속에서 일본의 미래를 재설정하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책들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 했다. 수개월간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 지지율을 전전긍긍하던 기시다 총리는 결국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여당의 수장이 총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의 불출마는 곧 재임 포기 선언과 다름 없다. 내달 27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시다 내각 3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본다.
■ 장기 집권했지만 인기 없는 총리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1년 10월 4일 일본 총리로 취임한 이후 약 3년 동안 재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000일 이상 재임한 35명의 총리 중 8번째로 장기 집권한 인물로 기록된 기시다 총리는 아베 신조와 고이즈미 준이치로에 이어 21세기 들어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위치는 자민당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점점 약화됐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24년 9월 말에 종료된다. 하지만 그는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과 대중의 신뢰 저하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7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아소 다로 내각 이후 최저까지 내려간 지지율은 자민당의 정치적 균열을 더 심화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재임 1000일을 맞이해 "정치 개혁, 경제 재건, 재난 복구와 같은 미룰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태에서 그는 자민당 내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결국 총재 선거 출마 포기로 이어졌다.
■양날의 검 '엔저' 기시다 편은 아니었다
기시다 내각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 증가하며 2021년 이후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는 여전히 엔화 약세, 물가 상승 등 구조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10월 내각 출범 당시 환율은 '1달러=110엔' 정도였지만 지난달 161엔을 넘겨 약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싼 값에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는 수출 기업은 환호했지만 문제는 내수였다. 원자재값 급등, 엔저(엔화약세)로 수입을 하는 내수기업의 부담이 커졌고, 이는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그럴수록 기시다 내각을 향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기시다 내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다. 2023년 중앙 최저임금 협의회는 전국 평균 시급을 1054엔으로 인상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인상이었다.
또 춘계 노사 협상을 통해 이뤄진 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이 물가상승률은 이를 웃돌았다. 물가상승을 뺀 실질 임금은 26개월간 마이너스(-)였다. 지표상 임금은 올랐지만 실제로는 일본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뜻이다.
일본의 출산율 문제는 경제적 도전 과제 중 하나였다. 2023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1.20명으로 떨어졌다. 기시다 내각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 확대, 육아휴직 급여 확대, 유치원 제도 개선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 추가 예산을 투입하고, 2026년까지 매년 3조6000억엔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출산율 저하는 기시다 내각이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해외에선 리더, 일본선 '욕받이 리더'
기시다 총리는 외교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재임 기간 동안 총 32개국을 방문하며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G7 정상회의를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며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 회의에서는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개발도상국들을 초청해 일본의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미국과 관계 강화는 기시다 외교의 핵심 중 하나였다. 그는 취임 후 8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양국 간의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4월에는 일본 총리로서 9년 만에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기시다는 미국과 협력을 바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안보 협력도 심화시켰다.
그는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도 중요하게 다루면서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전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시다 내각은 안보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추진했다. 2022년 일본 정부는 국방비를 GDP의 1% 미만에서 2% 수준으로 인상했다. 관련 예산은 기시다 내각 이전 약 5조엔에서 2024년 8조9000억엔으로 증가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마지막까지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물러날 때까지 챙기는 한일 관계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한일 관계 개선을 꼽았다. 이미 퇴임을 발표한 총리이지만 그는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기시다 총리는 총재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성과로 들며 "자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면서 차기 총리에게 한일 관계 정상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퇴임을 앞두고 내달 초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9월 6~7일을 축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윤 대통령과 개선시켰다며 "퇴임 전 거듭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방침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셔틀 외교'를 12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셔틀 외교의 일환이 된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강제징용 소송 문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함께 퇴임 전 안보 분야를 비롯해 협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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