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첫 한미일 3국 연례 합동훈련 열려
주일 미해병대 한반도 투입 가능 메시지
타이완 유사시에도 한미일 협력 중요해져
한미·미일 동맹서 日 안보적 역할 증대
한일 이해관계서 日 군사역할 상충하기도
대북 문제 소통·신뢰 축적하며 대처해야
[파이낸셜뉴스]
주일 미해병대 한반도 투입 가능 메시지
타이완 유사시에도 한미일 협력 중요해져
한미·미일 동맹서 日 안보적 역할 증대
한일 이해관계서 日 군사역할 상충하기도
대북 문제 소통·신뢰 축적하며 대처해야
최근 한미일 3국간 대북 공조 강화와 특히 한일간 군사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군사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중러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한미일 3국의 군사·안보 협력체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하며,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 기지와 연결된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7개 후방 기지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유사시 생사를 같이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게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을 살펴본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 기지의 역할
주일 미군기지는 6·25전쟁(한국전쟁) 때부터 때부터 유사시 한반도에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발진기지로 역할 해 왔다. 당시 한반도에 출격한 미 전투기 대부분은 주일 미군기지를 거쳐 날아왔으며 미 본토에서 지원된 지상병력과 해군 전력도 일본은 거쳐 한반도에 투입됐다. 지금도 한국의 전시 상황에선 주일미군 기지가 주한미군 기지와 다름없는 중요성을 가진다.
또다시 한반도 유사 상황 발생시 한국이 제대로 싸우려면 일본의 주일 미군기지가 제대로 가동돼야 하며, 반대로 일본의 육해공 기지 사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면 한미연합의 전쟁 수행 능력에 결정적 불리함을 가져올 수밖에 없단 얘기다.
미일안보조약 제6조에는 일본의 안보뿐 아니라 극동지역의 국제평화와 안보(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in the Far East)를 위해 미국은 일본에 존재하는 육해공 기지를 사용할 권리를 허가받았다.
안보조약 부관(附款)에는 일본 안보가 아닌 지역 안보를 위해 일본의 미군기지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일본과 사전협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반도 컨틴전시(Contingency) 상황에선 주일 미군에 대한 일본의 기지 제공은 미일 동맹의 사전 협의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에 대한 일본의 기지 제공이 UN 차원에서 제도화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창설된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별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17개 회원국의 전력(戰力)을 즉각 제공받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병력과 장비 등 전력이 들어오는 통로가 바로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 기지들이다.
이처럼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후방기지 역할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다. 다만 일본 영토 내에 있는 만큼 후방 기지의 효율적인 운영에 관해 일본이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적시에 충분한 기능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본 본토에 있는 유엔사 7개 후방 기지는 주일 미군이 위치한 △요코스카 해군 기지 △요코다 공군 기지 △캠프 자마 육군 기지 △사세보 해군 기지와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공군 기지 △화이트비치 해군 기지 △후텐마 해병대 기지 등이다.
요코스카엔 미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등 7함대 소속 이지스 순양함·구축함 10여 척이 상시 배치돼 48시간 내에 한반도에 긴급 출동할 수 있다.
■후방기지 역할에만 머물 수 없는 일본
세계 2차 대전 종전 후 패전국으로서 만신창이가 된 일본 경제를 기사회생시킨 일등 공신은 6·25전쟁이었다.
"이것은 일본을 위한 천우신조(天佑神助)다!" 1950년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자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당시 일본 총리가 무릎을 치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중심의 유엔군은 한국전쟁에 투입된 전쟁 물자와 서비스 등을 조달하기 위해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했다. 미군은 전투 중 파괴된 차량의 80%, 무기의 70%를 일본으로 옮겨와 수리했다. 군수물품 생산을 전담한 일본 내 공장도 860곳에 달했다.
일본 경제안정본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 발발 직후 1년 동안 한국전쟁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일본이 누린 경제적 이익은 3억1500만달러에 달했다. 기계·자동차 등 물자 부문에서 2억2200만달러, 기지 공사·병참 수리 등 용역 부문에서 93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일본은 이후 베트남전에서도 '전쟁 특수'를 맞아 경제 재건에 큰 도움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각종 무기체계는 고도화를 거듭해 주일 미군 기지들을 수용하고 있는 일본은 한국전쟁 당시와 달리 유사시 중국·북한으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성은 한국 못지않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간 물리적 거리는 한국전쟁 당시와 변함이 없지만 무기체계의 정밀도·파괴력·사거리의 증대 뿐 아니라 속도에 있어서도 북중러가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사실상 시공간의 범위는 상대적으로 좁혀져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동북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일본이 후방 병참기지 역할에만 머물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양적 질적으로 더욱 공고화 되는 미일동맹
일본 해상자위대는 보유한 항공모함 형태의 헬기탑재 호위함(DDH) 4척 가운데 최신형인 이즈모함과 가가함 2척에 대해 F-35B를 탑재, 운용할 수 있는 항모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일본은 가가함의 제1차 특별개조공사를 완료하고 이즈모함도 갑판 내열성 강화 작업을 마친 상태로 수년내 시험과 훈련을 거쳐 본격 운용될 예정이다.
일본은 최종적으로 항모 탑재형 42대의 F-35B와 105대의 F-35A를 포함해 모두 147대를 보유, 미국을 제외한 F-35 최대 운용국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현재 F-35A를 인도받고 있으며 2024년 말에 첫 번째 F-35B를 인도받을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달 초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주일 전투기 전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일본 혼슈 북부 아오모리현 미사와 공군기지에 배치된 노후 F-16 전투기 36대를 F-35A 전투기 48대로 교체해 전술 항공기 역량과 전투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사와 공군기지는 미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F-35A를 배치하는 첫 해외 기지가 된다.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는 일본 본섬 최북단에 위치해 유사시 이곳에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대량 배치되면 북한 위협에 대처 가능한 역량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공군기지에 배치된 노후한 F-15 C/D 전투기 48대를 최신 F-15EX 전투기 36대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가데나 기지는 대만과 불과 700km 남짓한 거리에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즉시 대응이 가능한 기지다. 이 같은 조치들은 미일동맹의 군사역량의 질적 강화로 읽혀지며 그 속도 또한 급격한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화되는 한미일 군사안보협력 체제
지난 6월 말 첫 한미일 3국 연례 합동훈련인 제1회 프리덤 엣지 훈련이 열렸다. 7월 하순엔 주일 미해병 항공대(Marine Corps Aviation, USMCA) 기지에서 이륙한 스텔스 전투기 F-35B와 F/A-18 전투기들은 수원공군 기지 등으로 이동해 한국 상공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펼쳤다.
이는 유사시 주일 미해병대 전력이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주일 해병대는 일본 곳곳에 10개의 기지가 있으며, 오키나와 캠프 포스터에 사령부를 두고 1만8000명 규모의 정예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한 미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시기 독일·프랑스·스페인 전투기들이 주일 미 공군기지에 합류해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지난달 28일엔 한미일 3국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MOC)가 체결됐다. 3국 국방당국이 체결한 이번 첫 MOC는 협정(Agreement)이나 조약(Treaty)은 아니지만 양해각서(MOU)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구체적인 협력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근거를 마련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구체적인 체결 내용의 핵심은 3국 간 △고위급 정책협의 정례화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3자 훈련 강화 △국방교류협력 등이다.
■타이완·한반도서 유사시 한미일 연결돼 있어
중국의 입장에서 추구하는 양안의 통일 즉 타이완의 흡수 합병, '하나의 중국 실현'은 명실상부한 절대과제로 간주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은 타이완 통일이 단지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이 아닌 오늘이라도 실행 가능하다면 결행하고자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2027년 내외 중국의 타이완통일 실행 예고 시기와 맞물려 북한을 사주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상황을 일으키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잇단 분석과 경고를 내놓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부족한 재래식 전력과 인적 요소 보충, 미국의 힘을 묶어 놓은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해 북러동맹을 복원하는 한편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을 심어 놓는 작업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집권 13년 차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한국에 대한 호전적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급속한 진전에 힘입어 북한 헌법에서 평화 통일 목표를 삭제하고, 한국을 괴멸시킬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일부 저명한 분석가들은 김정은이 실제로 전쟁 준비를 진지하게 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타이완과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발생시 선제적으로 주한미군과 한국군뿐 아니라 주일 미군 전력, 일본 자위대 전력을 묶어 놓은 것은 북중러의 전략적 이익에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충돌 발생시 주일미군 동원과 일본 후방기지 가동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북한 또는 중국의 일본 영토 공격이 감행되면 일본 또한 자위권을 발동해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한 원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최근 유력한 군사연구소들의 진단이다.
지난 7일 중국은 30대가 넘는 군용기와 군함들을 동원해 타이완 상공과 수역을 침범했다. 이 같은 일은 1년에 무려 200회가 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많을 때는 타이완 상공과 해역에 전투기와 정찰기, 폭격기 등 100~200대의 항공전력과 항공모함과 구축함, 전투함 등 해상 전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의 폭격기와 함대 전력을 한국과 일본 부근으로 투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북중러 등 독재 진영은 군사적 강압과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적 선전선동술을 동원한 정치적 분열과 갈등 조장, 한미일의 군사협력을 깨려는 전략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한일 간 이해 상충문제, 소통·신뢰로 풀어야
한반도 유사시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여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통해서 전개된다. 미일동맹의 틀에서 일본의 안보적 역할이 증대되면서 지역 분쟁에 대한 미일 협력이 제도화되는 것은 한국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적 역할들이 한국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지점도 존재한다. 헌법 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물리적 타격을 받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있어서 우리 헌법상 한국의 영역에 속하는 북한 지역에 자위대가 진입할 가능성은 한일 간에 논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반도 전시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여부는 평시부터 한미일이 북한 문제를 두고 소통하며 신뢰를 축적했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표적 성과는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글로벌 경제 협력 등 다양한 외교적 도전에 대응하며 국제적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북중러에 대응한 한미일의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론 평시 한일 간의 역사 문제나 영토 분쟁 등 민감한 문제를 분리, 접근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군사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국방·외교 정책 당국이 이를 한미일 간의 강력한 대북 공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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