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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밸류업… "日처럼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필요" [밸류업 공시 참여 비상]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5 19:12

수정 2024.08.25 19:12

기업, 野 반대에 리스크 감수 부담
인센티브도 불확실하자 공시 외면
참여도 높이려면 세제지원책 필요
日은 거래소 개편 등 10년간 노력
지지부진한 밸류업… "日처럼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필요" [밸류업 공시 참여 비상]
지지부진한 밸류업… "日처럼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필요" [밸류업 공시 참여 비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초반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약속한 세제혜택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처럼 전방위적 자본시장 개혁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야당 반대에 불확실한 당근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세제개편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낮추고, 이들에 투자한 개인 주주들의 배당소득세를 경감해주는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당근을 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에도 기업들이 미지근한 이유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정책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민주당은 밸류업 세제 지원에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기업이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을 할 때 기업의 오너가 배당을 늘려 자신의 곳간을 채우거나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밸류업 공시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인 데다 공시 불이행에 따른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는 마당에 인센티브마저 불확실하자 공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밸류업 공시에 제대로 불이 붙기 위해서는 세제 인센티브가 확실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 세제 지원책이 대부분 야당에 막힐 가능성이 있어 확정된 것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공시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혜택이 나와야 활발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동국대 경영학과 이준서 교수(한국증권학회장)는 "다양한 재무지표에 대한 중장기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참여율 향상을 위해서는 공시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국회에서 일부분이라도 입법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처럼 전방위적 개혁 필요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처럼 성공하려면 정부가 전방위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일본은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아베노믹스 정책, 기업 지배구조 개혁, 거래소 시장 개편 등을 일관되게 추진해왔고 이를 토대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가 해외자금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 △2014년 수탁자책임원칙으로 불리는 스튜어드십코드에 이어 △2015년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 상승분을 투자자가 향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버넌스 코드 △2018년 투자자와 기업 간 대화 가이드라인 등을 차례로 도입했다. 2022년에는 일본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5개 거래소 시장을 3개로 재편하고, 상장유지 조건을 강화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도 동력이 됐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내각 출범과 함께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본부'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수십 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켜 장기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이 논의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증시 부양을 위해 자본시장 개혁을 전방위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행했다"며 "우리나라는 프로그램이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경영 강화, 기관투자자 수요 기반 확대, 스타트업 육성 및 좀비기업 퇴출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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