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의원법안 지원 성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5 19:34

수정 2024.08.25 19:34

이완규 법제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2만5027 vs 831. 이는 제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발의 법률안과 정부 제출 법률안의 건수다. 과거 18대 국회와 비교하면 의원입법은 1만2220건에서 2만502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입법은 1693건에서 831건으로 줄었다. 국회가 국민의 입법수요에 기민하게 반응한 결과이며, 이에 맞춰 정부도 복잡한 정부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 없는 의원입법을 선호한 결과다.

그런데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은 부처협의, 규제심사 및 법제처 법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에 발의되다 보니 '발의 후' 관계부처에서 이견을 내는 등 조정업무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견이 있는 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고, 통과하더라도 법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마련이 쉽지 않다.

하위법령은 부처협의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의 정부입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부처 이견이 있으면 국무회의 상정 자체가 안 된다. 이에 법제처는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한 '발의 후' 부처 간 협의, 이견조정 및 법률 체계적 완성도 향상 등의 업무를 도모해 의원입법을 지원하는 전담조직인 '법제조정정책관'을 2022년 12월 27일 신설하게 됐다.

전담조직은 지금까지 142회에 걸친 이견조정을 했다. 올해 4월 25일 시행된 도심항공교통법은 입법 당시 도심항공교통산업에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도심형 항공기 개발 관련 업무'가 중첩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냥 두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가 이 법의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로 넘어가거나 아예 해당 업무가 이 법의 적용에서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법제처는 네 차례에 걸친 조정회의 끝에 법 제정 목적에 맞게 도심항공교통산업 범위에 도심형 항공기 개발과 관련된 산업을 포함시키되,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 규정해 두 부처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그 결과 법률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했다.

이견조정 외에 법제 지원도 633건에 이른다. 그중 하나가 무인 키오스크 규제에 관한 것이다. 요즘 무인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이 많아졌는데, 주문이 어려워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해결책으로 고령자 등을 위해 무인 키오스크 이용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거나 실시간 음성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무인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반갑겠지만, 무인 키오스크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는 부담되는 내용이다.

법제처는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의무 정도와 제재 내용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중복될 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게 국회 상임위의 심의 과정에서 이 법률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곧바로 과태료 대신 시정명령을 먼저 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게 한 것이다.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했다면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따른 과태료는 면제할 수 있도록 개정안이 수정됐다. 이 개정 내용은 내년 3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의원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우리 모두의 삶에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 신설 이후 지난 20개월 동안 법제처는 775건에 달하는 의원입법 지원·조정 업무를 했다. 상당수가 직간접적으로 실제 법률에 반영됐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의원입법은 날로 확장 추세에 있다. 연간 5000건이 넘게 발의되고 있으며, 국회 통과 법률의 94.6%(제21대 국회 기준이며, 대안 반영 폐기 법률안을 포함한 것임)가 의원입법이다.
법제처는 작은 조직으로도 방대한 의원입법을 효과적으로 지원·조정할 수 있는 기법을 연구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법들이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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