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70년 마을도로 하루아침에 폐쇄.. 신축 아파트 부지로 쏘~옥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7 15:06

수정 2024.08.27 15:06

울산 남구 야음동 지역 주민들 반발 기자회견
울산시와 울산 남구에 원상복구 요구
1인 노인 가구 많은 지역.. 생활 불편 커져
지난 8일 전격 폐쇄 후 폭염에 더 힘들어
울산시 주민의견 수렴 절차 등 적합하게 처리
아파트 단지 준공 후 '공공보행통로' 조성키로
주민들 "1인 어르신 가구 대다수..인터넷에 공고해 놓으면 끝?"
"아파트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 각종 이유로 폐쇄되는 경우가 많아"
울산 남구 야음동 '수암로 302번길'의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2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도로 폐쇄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울산 남구 야음동 '수암로 302번길'의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2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도로 폐쇄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남구 야음동에서 주민들이 70년 넘게 이용하던 국가 소유의 공공용 마을 도로가 신축 아파트 부지에 포함돼 갑자기 폐쇄되자 주민의견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은 결정이라며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나섰다.

‘수암로 302번길 도로 원상복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와 울산 남구에 해당 도로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들은 “70년 넘는 오랜 세월 주민들이 출퇴근할 때, 아파서 병원 갈 때, 또 가까운 시장에 가기 위해 다니던 길이 하루아침에 폐쇄됐다”라고 토로했다.

또 “원상복구를 요청하기 위해 울산 남구청과 울산시청을 방문했지만 서로 업무를 떠넘기며 주민들을 탁구공 취급했다”라며 “결국 되돌아온 것은 법원에 행정소송하라는 울산시청와 남구청의 말뿐이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도로는 수암로 302번길 약 375m 길이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가에서 간선도로인 ‘수암로’와 연결되며, 중간에 야음번개시장 등의 상가지역 입구와 붙어 있다.
수암로에서 주민 거주 주택가까지는 오르막으로 형성된 지형이다.

대책위는 도로 폐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인접해 있으며 1인 가구 어르신들 많이 거주하는, 행정구역상 울산 남구 선암동과 야음·장생포동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해당 도로가 지난 8일 아파트 시공사를 통해 완전히 폐쇄됐고, 이로 인해 많은 어르신들이 폭염 속에 먼 거리를 돌아 시장을 가거나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또 대책위는 해당 도로가 공공용 국토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시와 울산 남구가 단 한 번의 주민설명회도, 주민 동의도 없이 아파트 건설업체에 넘기려 한다며, 행정기관의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대표로 발표에 나선 황모씨는 “주민 272명의 서명지를 들고 찾아가니 그냥 법원에 행정소송을 하라고 한다”라며 “울산시청과 남구청이 앞장서서 열악한 동네에 생활도로마저 빼앗고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 재판을 하라고 하는 것이 정말 원하는 행정이냐”라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울산시가 공공용 행정 재산인 이 도로를 용도폐지 후 일반재산으로 전환한 뒤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아파트 건설사에 매각하고, 건설사는 준공 후 아파트 입주민의 재산으로 양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해당 아파트 건설(주택사업)은 도시 건축, 교통 및 건축 경관 심의와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열람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적합하게 승인됐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특히 주민들이 폐쇄되었다고 주장하는 마을 도로는 오는 2027년 사업 준공 후 아파트 단지 내에 ‘공공보행통로’를 조성, 인근 주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책위와 주민들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의견수렴을 한답시고 울산시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해 놓으면 컴퓨터 사용에 취약한 대부분 주민들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알아도 어떻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냐”라며 실질적인 주민의견 수렴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열람공고 결과 제출된 의견은 없었다.

또 아파튼 단지 준공 후 설치하겠다는 ‘공공보행통로’의 경우에 대해서도 “행인들의 오물투기, 아동 대상 범죄 우려 등을 문제 삼아 아파트 측이 폐쇄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이 같은 주민 피해를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구 구·시원들을 비판하고 주민소환제 실행을 경고했다.

한편, 해당 도로 위에 세워지는 아파트 단지는 약 803 가구 규모로, 지하 2층~지상 30층 8개 동이 들어선다.
사업 기간은 지난 7월~2027년 7월, 사업주체는 무궁화신탁이 맡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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