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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기업들 흔드는 메자닌 P 공포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8 05:00

수정 2024.08.28 05:00

[파이낸셜뉴스] 주식연계증권에 부여된 풋옵션(Put option 조기상환청구권)이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악화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투심을 잡기 위해 '안전장치'로 부여된 옵션이 외려 기업들 신용도를 흔드는 악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메자닌 채권 발행에 나서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트리거가 된 메자닌 P(풋옵션) 공포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KC코트렐은 지난 14일 워크아웃을 맞았다. 전환사채(CB)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당근책'으로 제시했던 풋옵션이 워크아웃의 도화선이 됐다. KC코트렐은 2022년 8월 125억원 규모의 3년물 CB를 발행했다. CB 전환가격은 2626원이지만 주가는 이달 들어 1000원 미만의 동전주로 추락한 상태다. 이에 원금의 58.71%에 해당하는 현금상환(약 73억원)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5일 CB 풋옵션에 따른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일 KC코트렐의 무보증 전환사채(CB)에 대한 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CCC로 강등했다. 워크아웃 등의 신용 이벤트가 발생한 경우 부여되는 투기등급이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대유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9월 말 BB0등급에서 D등급으로 추락한 바 있다. 2022년 3월 발행한 신수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청구(행사비율 95%·285억원)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조기상환청구액이 한 달 전에 확정됐으나 신평사들은 어떠한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 신평사들은 기업들이 자금마련하는 상황을 보고 신용등급을 재평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투자자가 입는다.

P(풋옵션)에 대응하는 기업들


자본시장에서 조달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카카오게임즈는 CB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 차입을 늘린데 이어 자본시장에서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9일 설립 이후 처음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총 2700억원 규모로 5년물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교환대상 주식으로 8년 전부터 보유하던 크래프톤 주식 83만3330주를 내놓았다. 크래프톤 지분 1.7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회사가 EB 발행에 나선 데는 지난 2021년 3월 말 발행한 CB 5000억원에 대한 풋옵션 대응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CB 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것은 지지부진한 주가의 영향이 크다. 카카오게임즈 CB의 전환가는 5만2100원이지만 현 주가는 1만80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유니온제약의 경우 백병하 회장이 직접 풋옵션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백병하 한국유니온제약 회장은 최대주주 지분 19.90%(157만4298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키로 했다. 현 주가 기준으로 95억원이 넘는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의 분리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은 91.14%에 해당하는 풋옵션을 행사키로 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조기상환일(9월 17일)에 약 182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BW는 약정된 가격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 2023년 3월 2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바 있다. 표면이율은 2%, BW 행사가격은 주당 4992원이다. 한국유니온제약의 주가는 5000원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또 회사는 오는 9월 5일 41억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약 69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의 상장예정일은 다음달 24일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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