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SNS 사진 다 지웠어요"…딥페이크 공포에 떠는 대학가

강명연 기자,

노유정 기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8 16:54

수정 2024.08.28 20:15

성범죄 피해자 될 수 있어 불안감
"기술발전하는데 돈 버는 사업자 방치"
'유사범죄 많아 놀랍지 않다' 반응도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강명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비공계 계정도 유출된다는데, 사진부터 지우는 중이에요."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대생생 임모씨(여)가 이같이 말했다. 언제라도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유롭게 사진을 올려왔는데 딥페이크에 쓰일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수사 사각지대로 알려진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원천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SNS에 올라온 지인들의 사진을 부적절한 사진과 합성해 공유한 이들이 적발됐다. 인하대 재학생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단체 대화방 운영자가 검거된 이후 대학은 물론 전국의 중·고등학교 등 수백곳이 피해 학교로 지목되고 있다.


"악용하면 무방비, 정부는 허점 방치"
28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서울 주요대학 학생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여학생들은 자체 검열을 해야 하냐며 분노하는 한편 남학생은 여학생들의 불안에 공감하면서도 남여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연세대 대학원생 이모씨(31)는 "요즘 SNS를 안할 수 없지만 평소에도 불안해서 SNS에 얼굴을 빼고 올려왔다. 대부분의 사진도 비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대학원생 박모씨(40)는 "과거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이 부적절한 의도로 접근하는 경험을 한 이후 최대한 SNS를 자제하고 있다"며 "악용하려고 하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도 개인적인 사진이나 정보를 알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중엔 피의자가 지인을 특정해 범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 운영업체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균관대 학생 김모씨(22)는 "SNS 특성상 지인의 계정을 타고 모르는 사람이 볼 수 있다"며 "사업자들은 돈을 버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SNS의 허점을 방치하고 있다. 개개인 입장에선 안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불안감에 공감하기도 했다. 다만 남학생들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연세대 학생 서모씨(25)는 "입장을 바꿔 내가 인적사항까지 공개되면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불쾌할 것"이라며 "불안하다면 개인의 선택으로 SNS를 숨길 수 있겠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때문에 셀프 검열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 딥페이크 N번방 '징역 5년'
딥페이크 범죄 공포가 커진 가운데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공범에게 법원이 이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대학 동문 여성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모(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씨의 범행에 대해 "불쾌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역겨운 내용"이라며 질타했다.

재판부는 "알려진 피해자 외에도 성명불상의 피해자가 존재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가공 영상물을 반복적으로 텔레그램에 게시·전송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허위 영상물의 내용은 일반인 입장에서도 불쾌하고 부적절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역겨운 내용"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박씨는 학업·진로·연애로 생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인터넷에서 익명성 등을 이용해 왜곡된 성적 욕망을 표출시키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며 "이는 피해자 인격을 몰살하는 것으로 엄벌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는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가 범죄 행위의 대상으로 조작되기에 피해자가 느낄 성적 굴욕감을 헤아릴 수 없다"라고도 밝혔다. 앞서 검찰도 박씨에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은 주범인 서울대 출신 박모(40) 씨 등이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여성 수십 명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한 사건이다. 박씨는 이번 사건 주범과 연락하며 지난 2020년 7월~올해 4월까지 상습적으로 허위 영상물 1700여개를 유포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주범인 서울대 출신 박씨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노유정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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