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가족은 변전소에 산다"
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에 행정심판·행정소송 예고
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에 행정심판·행정소송 예고
김 사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전력망 건설은 어떤 이유로도 더는 지연·좌초될 수 없다는 것을 호소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이 전자파 영향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불허된 것을 두고 검증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자메이카에 표류할 때 자신을 공격한 원주민에게 월식을 예측해 보임으로써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준 일화를 거론하며 "과학적 무지와 두려움을 이용해 이득을 본 것인데 2024년에도 그런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전 직원들은 변전소에서 24시간 근무하며 수시로 전력 설비에 근접해 점검하고 대도시 지하 변전소의 지상부와 송전선 바로 밑에도 사택을 지어 지금도 한전 가족이 산다"며 "사장인 저도 34만5000V(볼트) 지하 변전소가 있는 한전아트센터에서 근무한다"고 호소했다.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는 곳은 하남시뿐만이 아니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 사업은 66개월 이상, 북당진-신탕정 건설 사업은 150개월, 신시흥-신송도 사업은 66개월 지연되고 있다. 전력망 건설을 제때 완료하지 못하면 수도권의 안정적 전력 공급은 불가능해진다.
김 사장은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 사업 지연으로 연간 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원가가 싼 전기를 쓰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이미 북당진-신탕정 건설 사업 지연으로 2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전은 약 7000억 원을 들여 2026년 6월까지 기존의 동서울변전소 변전 시설을 옥내화해 확보한 여유 부지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올 추가 전기를 수도권 일대에 공급하기 위한 HVDC 변환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동서울변전소에서 기존에 운영 중인 교류 전기를 받는 변환소 설비는 옥내화해 전자파가 줄어들고 증설 변환 설비는 전자파가 없는 직류 방식이라 환경 개선 측면이 크다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왔다.
변전소에서 100m 떨어진 곳의 전자파는 0.2μT(마이크로테슬라)로 가정 내 냉장고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같은 수준이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현행 국내 전자파 안전 기준은 83μT다.
하지만 하남시는 지난 21일 지역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한전이 신청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안을 불허 처분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력 공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2026년 6월까지 동서 방향의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2036년까지 남북 방향의 서해안 송전선로를 첨단 HVDC 방식으로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전기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전은 전날 하남시에 공식 이의 제기 문서를 보냈고 다음 달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편 김 사장은 한전의 재무 위기를 해소하고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점진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7년 말이면 (한전) 사채 발행 배수를 2배로 줄여야 하는데 쌓인 누적 적자를 전부 해소해야 한다"며 "2027년에 전기요금에 손을 댄다고 하면 국민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려야 해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