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세상 떠나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 하루 종일 내 딸 찾는 현수막을 새로 다는 것이 나의 일과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붙이며 25년간 딸을 찾았던 송길용씨가 끝내 딸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다.
28일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송씨의 딸 혜희양(당시 17세)은 지난 1999년 2월 13일 경기 평택시 도일동에서 밤 10시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딸이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딸이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 송씨는 가족들을 모두 깨워 밤새 찾아나섰지만 허사였다.
인적이 드문 시골, 늦은 밤 막차에서 내린 딸을 목격한 사람은 버스를 운전한 기사뿐이었다. 버스 기사는 당시 30대 남성 1명과 혜희양이 같이 내렸다고 진술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결국 송씨는 딸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설치하고 전국에 있는 아동보호시설도 수소문하며 딸을 애타게 찾았다. 아예 트럭에 딸의 사진을 붙이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여러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결국 딸을 찾지 못했다. 딸을 찾아 헤매는 동안 축사를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모았던 재산은 사라졌다. 딸을 찾아나서는 동안 심장병과 우울증이 겹친 송씨의 아내는 지난 2007년 딸의 전단지를 품에 안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송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딸을 찾고 싶은 간절함을 이야기한 바도 있다. 인터뷰에서 송씨는 하루 종일 현수막을 새로 다는 것이 일과라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니 직접 현수막을 달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포기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씨의 빈소는 평택 송탄제일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한편 혜희양은 키 163㎝에 둥근 얼굴형, 피부가 검었다. 실종 당시 목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또 흰 블라우스에 목까지 내려오는 빨간색 조끼를 입고 외투는 허벅지까지 오는 파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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