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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균의 에브리싱] 어르신 연금 더 내시겠어요?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8 18:40

수정 2024.08.28 18:40

기성 청년세대간 갈등
저성장·양극화가 연료
양보와 타협 전제돼야
정상균 논설위원
정상균 논설위원
젠지(Gen Z) 세대는 MZ세대(밀레니얼 Z세대)에 같이 묶여 불리는 것이 싫다고 한다. 그들 눈에는 바로 위 30대도 말이 안 통하는 '꼰대'다. 젠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 10대와 20대들이다. 그 부모들이 세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다.

세대는 빠르게 분화된다. 생각과 가치, 소통의 방식이 매우 다르다. 가족 영역에 있던 세대 갈등이 사회·경제 문제로 확대된다. 급속한 고령화, 저성장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이 갈등의 연료다.
이익과 손해, 지위, 시장의 파이 등을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어떻게 분담하는가, 이것들이 공정하게 이전되는가 등의 문제다.

국민연금 개혁이 그래서 어렵다. 정부가 세대별 보험료율을 다르게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곧 내놓는다. 알려진 바로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한다면 50대 장년층의 보험료율을 5년 내 매년 0.5~1%p, 청년 세대는 더 길게 0.3%p 올리는 식이다. 현행 구조(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또는 약간의 보험료율 인상으론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젠지 첫 세대가 연금을 받을 2050년대 후반 2060년대 초, 딱 그때다. 젠지 세대는 소득의 최대 40%를 보험료로 내야 연금이 돌아간다. 그래도 기성세대보다 덜 받는다. 이러니 국민연금을 신구(新舊)로 분할하자는 대안까지 나올 정도다.

공존하는 세대 모두 처지를 들여다보면 속 시원한 답을 내기 어렵다. 가계와 부양, 납세에 많은 부담을 진 채 10여년 내 은퇴를 앞둔 세대가 50대다. 고용불안에 보육·부양 부담이 크다. '소득이 낮은 50대 비정규직들은 가계비용이 더 늘어날 텐데 그럴 땐 어떡하냐'는 목소리도 타당하다. 20~30대 청년들은 내는 만큼 받지 못할 연금을 불신한다. 지난해 정부가 한 대국민 설문에서 '연금개혁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20대의 70%가 '미래세대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초고령화로 늘어나는 노인을 부양할 의무를 인구가 적은 미래세대가 더 많이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자리 세대 갈등도 연금과 같은 판의 퍼즐이다. 보험료를 더 오래 내고(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 추진), 받는 나이가 많아지면(수급개시연령 2033년 65세) 소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현실은 너무 다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64세 임금근로 경험자 중 정년퇴직자는 26%에 그쳤다. 65세 이상 신규 근로자의 67%가 임시근로자, 12.5%는 일용직으로 취업(2022년 기준)했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젠지 세대의 부모, 2차 베이비부머 상당수가 이런 일자리에서 일을 더 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것일까. 고학력 청년들도 일하고 싶어 하는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대기업 고임금 생산직 일자리는 소수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인공지능(AI), 자동화로봇과 같은 첨단화로 일자리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체 일자리의 12% 정도인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AI 기술로 인해 대체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한국은행 보고서도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말한 대로 AI와 협력한 인간이 더 좋은 직업을 갖는다. 디지털 청년세대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고령자들은 더 낮은 질의 일자리로 가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경쟁은 심화되고, 부양 부담을 져야 할 청년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사회에 공존하는 부모이자 자녀들이다. 그 삶들도 이어져 있다. 각 세대의 불안도 공유하는 것이다.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면 혐오가 된다. 노인혐오가 그런 것이다. 세대 간 불평등, 부와 이권의 양극화 그 골이 더 깊어진다.
세대 간 균형을 맞추되 약자를 보호하는 세밀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정부에 부여된 책임이다. 생산적인 갈등은 양보를 전제로 한다.
의지가 있으면 포용, 타협할 수 있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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