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기는 민간에 반비례...1992년 수준 회귀
인플레이션에 근로소득 가치 하락...'공무원 기피'까지
민간대비 보수도 80%대 그쳐...3%인상 '언발 오줌'
인플레이션에 근로소득 가치 하락...'공무원 기피'까지
민간대비 보수도 80%대 그쳐...3%인상 '언발 오줌'
[파이낸셜뉴스] 10년 가는 권세가 없다는 고사성어가 수백년을 내려오는데는 이유가 있는 모양입니다. 한 해에 20만명 이상이 응시하던 '9급 공무원'의 인기가 10년이 지난 지금 반토막이 났습니다. 정부 인사혁신처 집계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4749명을 뽑는 공개채용에 지원한 인원은 10만3597명입니다. 2016년 22만2650년의 반절도 되지 않는 숫자죠.
합격만 하면 밥 굶을 일이 없다는 '철밥통'의 위세가 고사성어처럼 10년을 가지 못한 셈입니다. 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밥통에 밥이 없다"거나 "아무도 안 잘리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불만이 나오던 차, 지난해에는 "누가 공무원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느냐"는 조롱까지 나오는 신세가 되기도 했죠.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일 수 있습니다. 사실 공무원들의 상황 자체는 10년 전과 변한 것이 거의 없거든요. 월급과 복지를 포함해서 하는 말입니다.
공무원 인기는 경기에 반비례?
올해 '9급 공무원'의 경쟁률은 21.8대 1. 1992년 19.3대 1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현재 공무원에 대한 취업 수요가 1992년으로 회귀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1992년은 어떤 시기였을까요? 1988년 '88올림픽' 이후 우리 경제가 상승세를 타던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0년은 9.9%, 1991년은 10.8%라는, 지금으로서는 신화같은 성장률을 보이던 시기입니다. 민간 일자리는 넘쳐나고, 기업에서 고용을 위해 마구 돈을 살포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인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무원 인기가 치솟은 2015년은 기나긴 침체에 들어선 시기였습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사오정', '오륙도'와 같은 정리해고의 불안감이 사회를 뒤덮던 시기입니다. 민간에서의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그 수요는 공무원으로 불붙듯이 옮겨갔습니다.
민간에 돈이 많이 몰릴 수록 공직의 인기는 떨어진다고 단순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침체기에 소소한 만족을 주는 '립스틱'처럼, 공직 역시 사회가 어려울 수록 빛을 발하는 직업에 가까웠다는 이야기입니다.
공무원 인기는 '물질주의'에 반비례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당연한 의문이 따라붙게 됩니다. 지난해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 속에서 공무원의 인기는 왜 폭발적인 성장세의 1992년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고, 올해는 상향조정을 거친 뒤에야 2.7%를 바라보는 중입니다. 반도체 기업이 '역대 최고 실적'을 바라보는 후광을 업고도 개발도상국 시기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죠.
2024년의 우리와 1992년의 선대 사이에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돈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슬프게도 1992년과 다릅니다. 높은 성장으로 통화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투자자산 가치가 높아지며 근로소득의 의미가 많이 퇴색돼서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오르는 만큼 '벼락거지'와 '벼락부자'가 속출했고, 민간보다도 더 적은 근로소득을 얻는 공무원은 기피직업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돈을 쫓는 세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공무원 본연의 사회에 대한 봉사를 지나친 물질주의가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죠.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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