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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거대한 타원의 노란 불빛..혹시 UFO?"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8>] 악타우-트빌리시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30 07:08

수정 2024.08.30 07:08


카자흐스탄은 넓은 국토와 좋은 도로로 기억된다. 치즈케이크를 연상시키는 언덕. 사진=김태원(tan)
카자흐스탄은 넓은 국토와 좋은 도로로 기억된다. 치즈케이크를 연상시키는 언덕. 사진=김태원(tan)

<28> 카자흐스탄 '악타우'-조지아 '트빌리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카자흐스탄의 악타우를 출발해서 러시아를 지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로 간다. 총 2000km가 넘는 거리로 국경을 두번 넘어야 하고 총 5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시간 걸리는 베뉴(Beyneu)까지는 이미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이라 마음이 편하다. 매끈한 도로면에 드라이브할 맛이 나 쌩쌩 달려본다. 도로뿐 아니라 길 옆 쉼터며 화장실 등 시설들이 아주 좋다.

다음날 새벽같이 길을 나선다. 5시간 거리의 아티라우(Atyrau)가 목적지이다. 12월 외부기온은 영하4도 정도. 오늘도 오후 3~4시 정도에 아티라우에 도착해서 쉬면 좋을 것 같다.

지평선에 닿은 하늘에서 태양이 뜨며 하늘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있다. 동틀녁 드라이브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저멀리 지나가는 기차는 혹시 시베리아로 가는 열차가 아닐까? 긴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러시아를 지나며 있었던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아티라우에서 잘 쉬고 다음은 8시간 거리의 아스트라한(Astrakhan). 오늘 다시 러시아로 들어간다. 실소가 절로 나오지만 뭐 할 수 없다. 주유도 잘 하고 계속해서 가는데 벌써 3일째 비슷비슷한 사막의 황량한 풍경에 이젠 좀 질리는 감이 있다. 점점 길 상태가 안좋아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누쿠스-국경길보다는 갈만하다. 고생을 찐하게 한 후에는 웬만한 것은 별것 아니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자갈길을 지나 누더기길. 사람이 사는 곳은 이미 한참 전부터 찾아볼 수가 없다.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길이 더 안 좋아진다.

경찰이 우리차를 세운다. 별일 아니어야 할텐데. 사진=김태원(tan)
경찰이 우리차를 세운다. 별일 아니어야 할텐데. 사진=김태원(tan)


아무도 없어 보이는 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경찰이 우리차를 세웠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여유가 있다. 과속도, 신호위반도 아무 잘못한 것이 없으니 떨 필요 없다. 다만 어거지쓰며 돈을 뜯어내려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서류를 들고 내려서 경찰과 한참 이야기한 후 다행히 웃으며 차로 돌아오는 탄. 경찰은 도로표지판을 가리키며 속도를 40km 이상 내지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또, 펜과 노트를 주며 자기 이름이 파르캇이라며 한글로 이름을 써달라는 건가 싶어 써주니 좋아하더란다. 웃으며 잘 보내주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국경이 가까워오자 다리 위의 작은 초소에서 또다시 우리를 세웠다. 여기가 국경인가 싶은데 자동차등록증과 여권 등을 보더니 간단히 보내주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났다니 희안하다. 여권을 보니 카자흐스탄 출국 도장은 찍혀있는데 러시아 입국도장은 없다. 아예 입국관련 절차가 없었던것 같다. 뭔지 모르겠다.

우리는 검문검색도 없고 그냥 출국도장 찍고 끝이라는 것이 너무 희안하다며 이상해했다. 하지만 20분이상 더 가자 드디어 익숙한 모습의 러시아 국경검문소가 등장했다. 대형트럭들이 줄서 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했다.

알고보니 이곳은 카자흐 국경을 지나 강을 넘어 10km 더 가야 러시아쪽 국경검문소가 있는 특이한 곳이었다. 다행히 입국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약 한시간정도 걸려 입국에 성공했다. 몇달만의 러시아 재입국이라 왜 다시 오냐고 따지지는 않을지, 또 당시 러시아가 전쟁 중이어서 입국을 막거나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후딱 끝나서 다시 러시아에 들어왔다.

러시아는 전시 상황이었지만 딱히 위험하거나 불편한 것이 없었다. 두나라 국경이 떨어져있다는 것을 몰라 혼란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통과했다.

어두워진 저녁 아스트라한에 도착했다. 강이 흐르고 도시 여기저기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있는 아름다운 작은 도시였다. 아스트라한에서 잘자고 다음날 7시간거리의 남쪽 그로즈니(Grozny)로 간다.

오전 8시에 출발했는데 한밤중처럼 깜깜하다. 겨울에다가 한참 북쪽이라 해가 늦게 뜨나보다. 도시를 막 벗어나자 어두운 하늘에 신기하고 거대한 노란 빛이 보였다. '여기가 지옥불이 있다는 투르크메니스탄도 아니고 저런 자연현상이 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인공적인 조명일 것 같긴 한데 저쪽은 사람 사는 지역도 아니고 대체 저 커다란 불빛은 무얼까?' 너무 궁금했다.

마침 우리의 진행방향에 있어서 얼마후면 만날 것 같았다. 불이 난 건 아니겠지? 검은 연기같은 건 보이지 않으니 그건 아니겠고 가까이 갈수록 빛은 더 거대하게 보였다. 하늘에 타원형 거대한 빛뿐 아니라 그 아래 지상에도 마치 해가 뜨는 것처럼 작고 강한 빛이 동그랗게 보였다. 하지만 방향이 동쪽이 아니다.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점점 가까이 가자 드디어 눈으로 빛이 나오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 무얼 위함인지 왜 이곳에 저렇게 강한 조명들을 설치해 켜두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인공적으로 설치된 거대한 노란 조명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좀 더 드라마틱한 UFO라던지 그런 것을 기대했었는데.ㅎㅎ 나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러시아에서 만난 기괴한 하늘. 사진=김태원(tan)
러시아에서 만난 기괴한 하늘. 사진=김태원(tan)

가다보니 무슨 국경검문소같은 곳이 또 있고 차들을 세운다. 조지아는 아직 멀었는데 뭘까? 알고보니 체첸 공화국의 검문이었다. 그 후에도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까지 서너번 더 검문을 받아야했다. 이쪽 정치 상황이 안좋다던데 삼엄하게 검문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까다롭게 구는 사람도 없었고 절차도 간단했다.

그로즈니의 시내 한 숙소에서 또 하룻밤 자고 동틀무렵 조지아를 향해 출발했다.

저 멀리 웅장한 산맥이 벽처럼 늘어서있다. 저 산을 넘어야 조지아에 갈 수 있다. 오늘 드디어 조지아에 들어가는 구나.

러시아 입국 이틀만에 다시 아웃. 국경에 다가갈수록 산들이 높아진다. 산과 산 사이 계곡에 구불구불 국경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 나있다.

조지아 국경검문소에는 차들과 보행자들이 엄청 많았다. 이곳에서도 동승자는 따로 수속을 하라고 해서 나는 차에서 내려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가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어 도장을 받으려고 갔는데 내 여권을 보더니 알수없는 말을 하며 여권은 주지 않고 옆으로 비켜서 기다리라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이삼십분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안쓴다. 탄이 기다릴텐데 답답하고 조바심이 난다.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던 중 다른 직원 하나가 지나가다 와서 나에 대해 물어보는 것 같았다. 둘이 뭐라뭐라 이야기하더니 그제서야 나에게 오라고 하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 건네주었다. 나를 오래 붙잡아둔 직원이 미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나오게 된 것만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탄이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 얼른 나갔다.

아마도 그쪽 국경으로 조지아에 들어가는 한국사람이 거의 없어서 비자가 필요한지 뭔지 잘 모르는 직원이 나를 붙잡아둔 것이리라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다시 탄과 까브리를 만났다. "와, 우리 이제 조지아에 들어왔다!"

중앙아시아를 벗어나 드디어 동유럽 여행이 시작된 것 같아 설레였다.

국경을 지나자 마치 스위스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설산과 예쁜 집들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동유럽의 스위스로 불리는 조지아의 대표적 관광지라고 한다. 호텔과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조지아 입국 후 첫인상은 광활한 자연이다. 사진=김태원(tan)
조지아 입국 후 첫인상은 광활한 자연이다. 사진=김태원(tan)

하지만 장거리 여행의 피로와 해지기 전 트빌리시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에 풍경이 그리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해지기전 트빌리시 도착 성공. 시내에 들어오니 차들의 색깔도 다양하고 비싼차도 많이 보인다. 5시도 안됐는데 교통체증이 장난 아니다.

확실히 우리가 익숙한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중앙아시아와는 완전 다른 세상이다. 넓은 쿠라강이 흐르고 커다란 아치형 다리도 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이번 여행중에 이렇게 큰 다리는 별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버섯을 닮은 퍼블릭 서비스홀이며 인천공항이 생각나는 음악극장 등 현대적이고 신기한 빌딩들도 있고 또 많은 유럽풍건물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우리 숙소는 시내 중심에 있어서 교통이 매우 편할 것 같았지만 주차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약간 골목으로 들어가 있어 주차할 만한 곳을 잘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숙소까지 짐을 가지고 골목을 걸어들어가야해서 좀 힘들기는 했다.

트빌리시 물가가 비싸 4인 도미토리를 얻었는데 첫날은 우리만 방을 독차지하고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JmkbcRpHnOk?si=pcKoyNXf_Bm1MwQ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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