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잡겠다는 한국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9 18:23

수정 2024.08.29 18:23

최용준 건설부동산부
최용준 건설부동산부
취재를 위해 중개업소를 수백번 오가면서 '복덕방'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탁자 유리 아래에 부동산 세금 조견표가 있었다. 부동산 세금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 공인중개사들이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만든 설명문이다. 하지만 최신 제도가 반영된 자료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부동산 세법이 정권 따라 자주 바뀌고, 예외 적용이 많아 따져야 할 것이 많아서다. 중개사들도 세금을 물으면 자신 없어 한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세금을 한마디로 '누더기'라고 표현한다. 누더기가 될 정도로 수차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세무사도 모르는 세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예를 들어 종부세만 봐도 지난 2005년 첫 제정 이후 지금까지 13차례 개정됐다. 문재인 정권은 수십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그때마다 세법은 바뀌었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세법 개정은 물론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특례법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널뛰니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정권마다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시장에 맡기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세법만 예를 들어도 국내는 부동산 종류, 보유주택, 지역 등에 따라 복잡하다. 하지만 일본은 주택용·비주택용 불문하고 토지는 모두 3%, 주택용 건물은 3%, 비주택용 건물은 4%로 단순하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수도권 집값 안정'을 언급하며 대입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언했다. 그는 "교육열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켰다"며 "초과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보유세 등 세제나 다른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금리 등 규제뿐만 아니라 입시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의 전체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 정책 기조 차이는 결국 집에 대한 국민감정에서 출발한다. 일본은 집을 소비재로 인식한다. 결국 집값 안정은 집에 대한 집착, 강남 초과수요를 얼마나 분산시킬 수 있는지가 방점이다.
노후가 불안정한 사회, 집 한 채가 전부이고 입시·취업·결혼·출산 부담이 큰 사회일 때 집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질 것이다. 부동산 정책만 갖고는 집값 불안정이 해결될 수 없는 이유다.
생애주기에 대한 고민, 지역균형, 근로문화, 노후에 대한 사회 통합적인 고심이 부동산 정책에 필요할 때다.

j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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