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일랜드에 사는 한 여성이 23년 함께 산 남편의 얼굴도 못알아볼 정도의 심각한 '안면인식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고 있는 작가 엘리너 플레그(56)는 치료법이 없는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
사진 속 자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해
안면실인증은 얼굴을 인식하거나 표정과 신호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일부는 가족력이 있어 태어날 때부터 이 증상을 갖고 있다.
엘리너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모두가 교복을 입었기 때문에 옷만으로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어 종종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을 알아보기가 힘들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흔했고,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15살 때는 사진 속 자신의 얼굴조차도 알아보지 못했다. 첫 결혼 당시 태어난 두 아들이 어렸을 때는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는데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지면서 알아보는게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엘리너는 "어느 날 개 그레이하운드를 산책시키는 동네 청년을 보고 '와, 저 개가 우리 개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그날 오후에 당시 17살이었던 아들에게 말을 했더니 '엄마, 그게 저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증상이 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혼 후 2000년 지금의 남편과 사귀면서 자폐증 환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연구하던 중 자신의 특성과 많이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후 병원을 찾은 엘리너는 53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안면실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어머니도 평생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시력이나 시각 장애가 없는데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
안면실인증은 흔히 '안면인식장애'라고도 불린다. 시력이나 시각 장애가 없는데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전 세계 인구 100명 중 2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증상으로는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 동료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안면 인식에 국한된 증상이기 때문에 얼굴 대신 머리 스타일, 걸음걸이, 옷, 핸드백, 목도리 등으로 특정인을 구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안면실인증과 안면인식장애는 다르다. 안면실인증은 특정한 신경학적 상태를 지칭하는 반면, 안면인식장애는 그보다 더 넓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안면실인증 원인은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겪는 선천적인 경우와 뇌경색, 뇌종양, 치매, 알츠하이머병 등 뇌 질환이나 자동차 사고 같은 외상으로 안면 인식을 담당하는 하부 후부 측두엽이 손상돼 발생한다.
안면인식장애는 안면실인증뿐만 아니라,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이 평균 이하인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얼굴을 인식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지만, 안면실인증처럼 극단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인식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배우 김수미, 오정세, 박소현 등도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배우 김수미는 한 방송에서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해 며느리 서효림의 얼굴도 잘 못 알아본다”며 “작년에서야 며느리를 보고 ‘아’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브래드 피트도 같은 고통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그는 2022년 미국 남성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애인 안면실인증과 같은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