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모른척 하는 日, 아사히 "역사 직시해야"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30 16:50

수정 2024.08.30 16:50

지난 28일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 마고메 영원에 있는 간토대지진 희생동포 위령비. 1947년 세워졌다가 1963년 이전됐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관련 비석 가운데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 마고메 영원에 있는 간토대지진 희생동포 위령비. 1947년 세워졌다가 1963년 이전됐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관련 비석 가운데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간토대지진 당시 일어난 조선인 학살을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30일 강하게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8년째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와 조선인 학살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지진으로 10만여명이 사망하고 200만여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다.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들이 방화하고 있다' 같은 유언비어가 광범위한 지역에 유포됐다. 이 같은 헛소문으로 약 6000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아사히는 "유언비어를 믿은 시민과 군·경찰이 많은 조선인을 죽였다는 사실은 당시 작성된 보고서와 체험자 수기 등에 남아 있으며 학살 배경에는 조선인에 대한 경계심과 잠재적 차별 감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이들을 뭉뚱그려 애도하고 있는 고이케 지사에 대해 "학살과 재해는 다르다. 고이케 지사 태도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묵살하는 학살 부정론과 통한다"고 꼬집었다.

고이케 지사는 2016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에서 "불행한 사건을 두 번 반복하지 않고 누구나 안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세대를 뛰어넘어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이케 지사는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부터는 조선인 학살 희생지를 위한 추도문을 송부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부 내에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문은 "'간토 계엄사령부 상보', '도쿄 백년사' 등 학살 기록이 엄연히 존재한다"면서 "일부 불확실함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학살 자체를 유야무야하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실을 인정하고 유언비어에 의한 살상이 왜 일어났는지 조사해 조선인을 포함한 외국인 희생자 실태를 밝히는 것"이라며 "사실과 마주하고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계속 결의하는 것의 중요함은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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