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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영화티켓 가격 논란에 대한 일고찰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1 18:06

수정 2024.09.01 21:00

정순민 문화대기자
정순민 문화대기자

팝콘 가격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15년 2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했다. 이들이 원가가 613원인 팝콘을 4500~5000원에 팔아 8배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서다. 그러자 영화관들은 "팝콘 개발비용과 운송·보관비, 임대료, 인건비, 티켓 가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억울해했다. "커피 원두 가격도 비슷하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와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 값이 다 다르고 다양하지 않으냐"고도 했다.

4개월 뒤 공정위는 이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팝콘 원가 산출이 어려워 폭리 여부에 대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규정을 들이대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독점이윤을 위해 경쟁가격보다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등 소비자이익을 침해했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면서다.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들면서 해외에서도 기업의 가격책정 행위에 대해선 규제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규제당국이 부당경쟁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순 있어도 가격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는 노릇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한데 이번엔 팝콘이 아니라 영화 티켓 가격 자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6월 멀티플렉스 3사를 티켓 가격 담합과 폭리 혐의로 공정위에 또 신고하면서다. 이들 단체는 "멀티플렉스들이 2020∼2022년 3년간 주말 기준 1만2000원짜리 티켓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올렸다"며 "티켓 가격 폭리가 관객에게 부담을 주고 영화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격인상의 이유가 된 코로나19도 종식됐으니 이제 티켓 가격을 팬데믹 이전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잠해지던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영화배우 최민식이다. 지난 8월 17일 방영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배우로서 OTT 같은 플랫폼의 확산을 어떻게 보는지 질문을 받고 "티켓 값이 많이 올랐잖냐. 1만5000원이면 스트리밍서비스를 여러 개 보지 누가 발품 팔아서 영화관 가겠느냐"고 했다. "갑자기 그렇게 확 올리면 나도 안 간다. 좀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인터넷상에선 최민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격이 내려 관객이 더 많이 온다면 기업은 내리지 말라고 해도 내린다"고 말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극장을 위해 출연료를 기부하기라도 했냐"거나 "그러면 당신이 직접 극장 세워서 싸게 사업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두 분의 말씀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최민식이 그 프로그램에서 한 말의 취지는 티켓 가격보단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파묘'처럼 좋은 콘텐츠가 많아지면 언제든지 극장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영화 티켓 가격은 국내총생산(GDP) 상위 20개국과 비교했을 때 정확히 평균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시기 이들 국가 중 두번째로 높은 인상률을 보인 것 역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어서다. 또 이병태 교수의 경우 말투가 다소 거칠고 일부 조롱처럼 들리는 표현이 섞여 있긴 하지만 대체로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에서 경청할 필요는 있다. 그중에서도 "시장가격을 소비자 바람대로 할 수 있다면 세상에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장경제의 철칙이다.

그럼 해법은 뭘까. 사실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화 티켓은 일반 상품과 달라서 경제학의 수요·공급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지금과 같은 단일가격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가격 스펙트럼을 형성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역마다 티켓 가격이 다르고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의 가격이 서로 다르다.
아침·저녁 가격이 다르고, 주중·주말 가격이 다르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갈 때 필요한 것이 토론을 넘어선 이른바 '숙론(熟論)'이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 말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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