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위기의 저축은행'..금리 떨어져도 막막한 이유는?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2 15:11

수정 2024.09.02 15:11

'적자의 늪' 3개 반기 연속 적자
상반기 3904억 적자에..'한숨'
충당금 부담 커.. '부동산 경기가 관건'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달 30일 중앙회 지하 강당에서 '2024년 상반기 저축은행 결산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가운데)은 "당분간 이익을 내는 것보다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달 30일 중앙회 지하 강당에서 '2024년 상반기 저축은행 결산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가운데)은 "당분간 이익을 내는 것보다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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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금리인하 시기가 다가왔지만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38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다 금융당국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기준에 미달한 저축은행 상상인·상상인플러스·라온·바로저축은행에 자본조달계획을 제출하라고 지도했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은 모두 3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개 반기 연속 적자로 적자 폭은 전년동기 대비 2839억원, 전분기 대비 2261억원이 확대됐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 1·4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6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부진의 배경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 부실이다.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저축은행업계는 4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말 1조9558억원 규모였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올해 6월 말 2조3285억원으로 불어났다.

자산 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8.36%로 6개월 전(6.55%)보다 1.8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PF가 포함된 기업대출 연체율은 8.02%에서 11.92%로 3.9%포안트 급등했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11%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대비 3.77%포인트 상승한 11.52%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자산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경영실태평가 결과 적기시정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권고치를 밑돈 상상인·상상인플러스·라온·바로저축은행에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한 상황이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다.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저축은행 BIS 규제비율은 자산 1조원 미만은 7%, 1조원 이상은 8%다. 금융당국은 3%포인트의 버퍼를 더해 각각 10%, 11%의 권고기준을 마련했다. BIS 비율이 권고치를 하회하면 금감원은 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 방안을 담은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저축은행업계 구조조정설까지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는 경영실태 평가결과와 금융회사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의 타당성 등을 검토해 결정될 사항"이라며 "아직 조치 여부 및 시기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 시점만을 보고 버텨온 업계 입장에서 당국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의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의 경공매 조치도 금리인하기 경기 변동에 맞춰야 하는데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아 힘겹다"고 말했다.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한다.
이중 '부실우려' 등급(D등급)을 받은 자산만 3조2000억원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달 30일 "당분간 이익을 내는 것보다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 구조를 보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저축은행권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약 10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전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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