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하지 않기로 하면서 통신장비 업체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5G 전국망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이통사들의 설비투자(CAPEX)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이 같은 분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저대역 추가할당 등 "없던 일로"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을 발표했으나 여기에는 통신장비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5G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SK텔레콤은 지난 2022년부터 정부에 5G 주파수 3.6~3.7㎓ 대역 인근 20㎒ 폭 주파수에 대한 추가 할당을 요청했던 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SK텔레콤 역시 인공지능(AI) 혁신 서비스 중심의 투자 전략 검토를 이유로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상태다. SKT 뿐만 아니라 KT, LG유플러스도 5G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주파수 할당에 소극적이다. 전체 5G 데이터 트래픽은 80만~90만대TB에 머물러 있고 1인당 5G 트래픽도 수년째 30GB 수준이다. 이통 3사가 보유한 주파수로도 5G 트래픽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5G 보급률도 70%에 달해 추가 주파수 확보 유인이 떨어진다.
과기정통부는 제4이통사 후보로 선정했던 스테이지엑스에서 회수한 28㎓ 대역에 대해서도 "연구반 논의를 거쳐 활용 방안을 결정할 계획으로, 제4이통사에는 향후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그 방향에 맞게 주파수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설비투자 줄이는 이통사
신규 주파수 공급이 네트워크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 장비사들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들은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던 스테이지엑스와 28㎓ 기지국 장비 공급 논의를 벌이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을 취소하면서 이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추가 주파수 공급이 이뤄지길 기대했는데 성사되지 않아 장비 업체들이 많이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통신사들의 투자가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최소 내년까지는 추가 주파수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이통 3사는 최근 몇 년간 CAPEX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 상반기 이통 3사 합산 CAPEX 규모는 약 2조60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 SK텔레콤 상반기 CAPEX는 약 7050억원, KT 9609억원, LG유플러스는 9420억원으로 각각 32.1%, 3.8%, 20.2% 줄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주요국 통신사들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어느 정도 끝내면서 추가적인 통신장비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30년께 6G 상용화에 맞춰 새로운 통신장비 수요가 발생한다고 해도 수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감소했다. 올해 역시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줄어든 7400억원에 그치면서 네트워크 사업부 인력 17.5%에 해당하는 700여명을 타 사업부로 재배치했다. 해외 업체인 에릭슨과 노키아도 올 1·4분기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4%, 20% 감소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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