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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안된다'… 삼성, 프리미엄·가전 구독으로 불황 타개 [삼성 가전 '선택과 집중']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2 18:55

수정 2024.09.02 18:55

불황에 가전 수익성 악화 장기화
조직 세분화·신사업 발굴에 총력
AI 프리미엄제품 라인업 다각화
가전 구독사업 진출로 활로 모색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외부기관에 맡긴 생활가전(DA)사업부 컨설팅 끝에 일부 '비프리미엄' 제품 단종을 검토한 것은 오랜 기간 정체된 실적에 대한 내부 위기감이 예상보다 컸다는 방증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가전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불황 타개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고도화한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전구독 사업에 진출하는 등 활로를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경기침체에 수익성 악화 장기화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V·가전 사업을 각각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DA사업부의 올해 2·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49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400억원)과 비교해 3500억원(33.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매 분기 VD와 DA 사업부를 합산해 실적을 발표하는데, 2·4분기 영업익 상당수를 VD사업부가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구매력 감소에 전통적 비수기가 겹친 영향이지만, 경쟁사인 LG전자가 호실적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는 지난 2·4분기 가전사업에서만 694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전년동기(5973억원)보다도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DA사업부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은 실적부진 탓에 전 사업부에서 가장 낮은 25%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해외 외주생산 확대 등 비용절감에 주력하는 동시에 DA사업부 내 조직을 세분화해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등 실적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가전구독·AI가전으로 위기돌파 모색

삼성전자가 새로운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업은 '가전구독 서비스'다. 실제 삼성전자 가전·스마트폰·TV 등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최근 구독 비즈니스 한국총괄 경력직 채용공고를 냈다. 업계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가 가전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지난 8월 열린 AI 스크린 브리핑에서 가전구독 서비스 도입과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구독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높은 성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가전구독은 월 구독료를 내면 일정 기간 가전을 빌려 쓰는 서비스다. 초기 구매비용이 비싼 가전 특성을 고려, 소비자의 부담을 덜고 가전 접근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제조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제품 관리와 소모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구독을 한 가전을 쓰며 같은 제조사의 다른 제품 구매 또는 구독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LG전자의 성공 사례가 삼성전자의 구독사업 진출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지난 2009년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가전구독 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이를 핵심 매출원으로 키워냈다. 올해 LG전자는 구독사업 매출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LG전자 국내 가전매출 가운데 구독 비중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20% 이상으로 증가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은 2020년 40조원에서 내년 1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수익성 회복 전략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다. 삼성전자는 'AI 가전은 삼성'이라는 문구를 앞세우며 올해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등 AI 가전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지난 2월 출시 이후 약 2개월 만에 국내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고,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도 출시 25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섰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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