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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원 칼럼] 중국 공급과잉이 몰고 올 임팩트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2 19:38

수정 2024.09.02 19:38

저가 수출로 전세계 몸살
中 산업 보조금 서방 비난
새 경제패권 경쟁 대비를
논설위원
논설위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제품, 바이오, 철강 등 산업 전반에서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시장 공습이 거세다. 중국산 제품이 각국 시장을 장악하고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서방의 거센 비난을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이 관영언론을 통해 내놓은 공식 반론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은 과잉생산을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능력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개방경제에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시장 수요도 고려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 가격이 싼 것을 덤핑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내놓는다. 중국 주요 수출산업들의 이익률이 정상적이라는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의 산업보조금 조치는 서방국들도 이미 시행 중이기에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서방국들은 중국의 반론과 상관없이 공급과잉을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 탓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한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지급 실태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을 맹비난하는 것 역시 명분의 한계가 있다. 과거 국제분업이론은 국가의 보조금 지급을 시장왜곡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 이론들은 보조금 정책을 유연하게 해석한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도 산업보조금이 활용되며,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방편으로도 허용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산업보조금을 엄격하게 해석했던 국제무역기구(WTO)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 더구나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에 맞서 모든 국가가 산업보조금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니 너 나 할 것 없이 도긴개긴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의 공급과잉 책임을 놓고 입씨름해 봐야 결론이 날 리 만무하다. 오히려 공급과잉 이후 재편될 시장 판세를 보는 게 현명하다. 이에 중국의 관점에서 공급과잉을 바라보는 두 가지 가정을 해보자.

첫째, 중국 내수침체로 국내 수요가 부족해 해외로 저가 밀어내기를 한다는 가정이다. 자국 내 쌓인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저가로 해외시장에 밀어내기 수출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내수가 살아나야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면 출혈을 감내한 저가수출도 임계점을 맞을 수밖에 없다.

둘째, 의도적으로 해외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익률을 감내하며 시장점유율 확장에 나선다는 가정이다. 글로벌 제조 공급망을 중국 중심의 인프라로 바꿔버리겠다는 시장 제패의 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도발적 의도는 경쟁국들의 강한 견제에 노출되기에 중국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피해를 봤다는 국가들은 고율의 관세정책을 도입 중이다. 아울러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산업보조금으로 중국에 대응한 장벽을 세운다.

결국 중국의 공급과잉 이슈는 단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확히 말하면 산업보조금에 기댄 저가 출혈수출을 가리킨다. 산업보조금 남발은 정부의 재정악화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공급과잉 이후 포석을 읽는 게 중요하다. 그건 바로 새로운 산업 패권질서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전 세계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글로벌 산업 생태계도 뒤집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재편과 기존 제조산업의 질적 고도화, 제품 서비스의 동맥인 세계 물류인프라 확보,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데이터 경영으로 나아갈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공급과잉 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중국 산업의 새 모습이다. 손가락이 공급과잉이라면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바로 중국의 궁극적 목표다.
지금은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볼 때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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