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원 갈빗집·이천 쌀밥집 직원보단 의느님"...반도체 계약학과 이탈 가속화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3 16:30

수정 2024.09.03 16:58

파격적 혜택에도 40명 뽑았는데 1년새 5명 자퇴
지난 4월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삼성전자 감독관들이 GSAT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삼성 제공
지난 4월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삼성전자 감독관들이 GSAT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삼성 제공


지난해 반도체 계약학과별 중도탈락자 수
대학 학생 수 중도탈락률
한양대(SK하이닉스) 5명 12.8%
성균관대(삼성전자) 12명 3.1%
고려대(SK하이닉스) 2명 2.4%
KAIST(삼성전자) 3명 2.7%
연세대(삼성전자) 3명 3.4%
서강대(SK하이닉스) 1명 3.3%
포스텍(삼성전자) 0명 0%
(대학알리미)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반작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계약학과가 자칫 의대 반수를 위한 '임시 정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지난해에만 26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파격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반수 열풍이 이어지면 계약학과를 떠나는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40명 뽑았는데 1년새 5명 자퇴

3일 파이낸셜뉴스가 2023년 기준 대학정보공시(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 7곳 가운데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중도탈략률이 12.8%로 가장 높았다. 중도탈락률 기준으로는 한양대 내 글로벌한국학과(23%)와 데이터사이언스학과(13%)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한양대의 지난해 평균 중도탈락률은 3.8%였다.

중도이탈률은 전과가 아닌 미등록, 미복학, 자퇴 등으로 학업을 다 마치지 않고 탈락한 학생의 비율을 뜻한다. 1~4학년 전체 재적 학생 대비 중도탈락자의 규모를 뜻하지만 주로 반수 등 1~2학년 시기에 집중돼 있다.
2023년 1기생을 뽑은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재적학생 39명 가운데 1년새 5명이 자퇴서를 냈다.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인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학비 전액 및 매달 학업 보조금 △교육용 최신 노트북 제공 △SK하이닉스 인턴십 프로그램 △미국 라스베가스 CES 박람회 및 실리콘밸리 견학 △SK하이닉스 취업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3개교(고려대·서강대·한양대)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 5월 한양대 내부에 '첨단반도체 공정실습 클린룸'을 개소했으며, 지난해 5월엔 이례적으로 이천캠퍼스를 개방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고려대·서강대·한양대 계약학과의 연합MT를 개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학과의 운영과 관리는 학교의 재량에 맡기고 있고 전폭적인 지원을 할 뿐"이라면서도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1년새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 본격화에 도미노 이탈 일어날 것"

다른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도 이탈자 수가 전년 대비 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삼성전자)는 지난해 재적학생 392명 가운데 12명이 학교를 떠났다. 2021년 8명, 2022년 5명을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중도탈락자가 발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삼성전자)는 재적학생 111명 가운데 3명이 학교를 떠나면서 2.7%의 중도탈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바이오및뇌공학과 다음으로 KAIST 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중도탈락자가 0명이었던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삼성전자)는 지난해 3명이 학교를 떠났다.
고려대(SK하이닉스)와 서강대(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각각 2명과 1명의 자퇴생이 나타났다.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중도탈락자가 전무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이 현실화되는 올해 입시부터 지방권 의대→서울대 공대→상위권 공대·계약학과 등으로 연쇄 이동으로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직업적 안정성을 따져봤을 때 최상위권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대안이 없어 계약학과의 학생 이탈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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