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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가 투기세력?… 전방위 '대출 옥죄기' 나선 정부 [부동산 아토즈]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3 19:20

수정 2024.09.03 19:20

'공급확대·규제완화'기조 尹정부
전셋값도 오르자 수요억제 나서
은행, 주담대·전세대출 취급제한
1주택자가 투기세력?… 전방위 '대출 옥죄기' 나선 정부 [부동산 아토즈]
대출규제를 풀어 내집마련 문턱을 낮춰온 현 정부가 전방위 자금 옥죄기에 나서면서 시장이 혼란스럽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수요억제(대출규제) 정책이 부작용만 키웠다며 '공급확대·규제완화'에 방점을 둔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9월 들어 초강수 대출규제가 잇따라 나오면서 현장에서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2021년 '대출중단'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스탠스가 대출규제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9월부터 시행된 당초 계획보다 강화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수요억제로 돌아선 첫 번째 카드"라며 "추가 규제 카드가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골자는 공급확대와 규제완화였다. 첫 대책인 지난 2022년 '8·16대책'부터 최근의 '8·8대책'까지 예외는 아니다. 규제 카드로는 집값 급등 우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관리하는 정도였다.

오히려 문 정부가 옥죄던 대출규제를 하나둘 정상화시켰다.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허용이 대표적. 대출규제가 갭투자 증가, 중저소득층 내집마련 기회 박탈, 풍선효과, 현금부자 잔치 등 수많은 역효과를 만들어 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에도 강남 집값은 더 급등했고, 야심차게 내놓은 공급확대 정책도 사실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마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게 됐다"며 "결국 대출을 억제하고 세금을 올리는 것인데, 세금은 부담되니 대출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고강도 압박에 스트레스 DRS 2단계 시행에 맞춰 은행들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취급 제한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하면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초강수 카드를 내놓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 소유자에게 주담대·전세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다른 정부 때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순차적으로 우리은행 수준의 대출규제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대출뿐 아니라 정비사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결국 은행을 통한 대출을 옥죄는 방안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문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제 도입을 필두로 수많은 대출규제를 쏟아냈다. 2021년 하반기에는 초유의 대출중단 사태가 발생해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투기세력 차단을 통한 집값 안정이 목적이었지만 2020년과 2021년에 전국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당시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율도 50%를 넘었다. 대출규제로 현금부자들이 몰리는 강남 아파트값은 더 치솟기도 했다.

이번에도 일시적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역효과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수요와 가수요를 가린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다수의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대출이 더 잘 나오는 지역과 상품으로 옮기는 풍선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가수요자들의 경우 대부분 현금부자로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도 "일시적 집값 안정은 가능하겠지만 대출을 옥죄면 갭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강북 집값은 잡아도 강남은 더 뛰는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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