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비브리오균 속 독소가 면역활동을 막았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4 16:49

수정 2024.09.04 16:49

생명공학연구원, 인체 무력화 원리 밝혀내
패혈증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 가능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김명희 박사(가운데)와 이영진 박사(왼쪽), 황중원 박사.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김명희 박사(가운데)와 이영진 박사(왼쪽), 황중원 박사.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김명희 박사팀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체내 침투한 뒤 인체 면역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원리를 밝혀냈다고 4일 발표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만들어내는 독소 'MARTX'가 특정 물질을 방출하고, 이 물질이 우리 몸속 세포의 단백질과 만나 면역을 공격하는 '트랜스포머 단백질'로 변한다는 것. 이 때문에 초기 방어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패혈증이 악화된다.

김명희 박사는 "그동안 몰랐던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만들어 낸 트랜스포머 단백질의 기능을 알 수 있었고, 나아가 비브리오 패혈증균 감염이 기저 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랜스포머 단백질은 비브리오 패혈증균 외에도 콜레라균 등 다른 병원균에서도 발견된다"며, "이번 연구에서 확보한 고해상도 입체구조는 패혈증을 유발하는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 침투한 균에 감염됐을 때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국내 발생 환자 수는 매년 100명 미만이지만, 사망률은 40~50%를 넘는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생산하는 가장 치명적인 물질은 다양한 독성 인자들을 함유한 'MARTX' 독소다. 이 독소는 패혈증균이 인체에 감염되기 전에는 비활성화된 묶음 형태로 존재하지만, 감염 후 인체 세포에 침투하면 인체 세포 단백질을 이용해 독성 물질들을 방출시켜 세포 기능을 마비시키고 패혈증을 촉진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트랜스포머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이후 움직임을 밝혀내는데 집중했다.

MARTX 독소가 방출한 독성물질 'DUF1-RID'가 핵심이었다. 이 물질은 인체 세포 신호전달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 칼모듈린(CaM)과 강하게 결합해 인체 대사와 면역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인 NAD+를 분해하는 효소로 바뀌었다. 또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인 'Rac1'과도 결합해 감염 초기의 면역 방어에 핵심 물질인 활성산소종 생산을 못하게 했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감안해 독성물질이 두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돌연변이 패혈증균을 만든 뒤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결과, 돌연변이 패혈증균에 감염된 동물은 별다른 증상 없이 생존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 결과는 현재 항생제 외에는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균 등에 의한 감염병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밝혀낸 사실을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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